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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Dec 28. 2021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 책

2020년 2월 도서관·책 관련|책이었고 책이며 책이 될 무엇에 관한,책

책속의 말

코덱스의 물질적 형식이 디지털로 해체되려는 지금, 물성에 고도로 적응한 작품들은 책의 비물질적인 ‘이데아’를 성찰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물리적 사물에 대해 생각하고 음미할 기회를 선사한다. (p.161)
책은 우리가 생각과 만나는 말랑말랑한 구조다. 사물, 내용, 아이디어, 인터페이스-책은 우리를 바꾸고 우리는 책을 바꾼다. 한 글자 한 글자, 한 페이지 한 페이지씩. (p.275)





책과 가까이 살면서 나는 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이 책을 읽으며 하게 된 성찰이다. 이 책은 사물로서의 책, 내용으로서의 책, 아이디어로서의 책, 인터페이스로의 책 4가지 챕터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의 역사부터 시작해 책의 형태와 내용, 관념 그 모든 것에 대해 말한다. 이 책은 마지막 부분에 풍부한 참고문헌과 더불어 용어 설명, 더 참고할 만한 사이트의 주소를 제공하기 때문에 어려운 부분은 퍼즐 맞춰가듯 천천히 공부할 수 있다.

특히 책의 형태 변화와 우리가 책이라고 생각하는 것, 무엇을 책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와 전자책의 등장으로 변화한 책의 물리적 특성, 비물리적인 이데아에 대해 탐구하게 된다. 점토판에서 시작해 파피루스, 양피지 등 다양한 형태를 거쳐온 책의 역사를 설명하는 부분은 전공 시간을 떠올리게 했다. 이전에는 외우느라 급급했던 역사인데 다시 한번 짚어보니 책의 형태에 따라 읽는 방법도 담는 생각도 달라진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그야 역사를 배우기는 했어도 내가 아는 책은 제본이 되어있는 코덱스 형태의 책이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책을 그 형태로 고정해서 생각했던 것이다. 이제 전자책의 등장으로 그 형태가 해체되면서 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특히 도서관에서 책의 범위를 어디까지 잡을 것인가. 어디까지 수집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정리하게 될 것인가 궁금해졌다.

전공이 전공이라고 도서관과 책의 관계에 대해 집중하며 읽게 되었는데 도서관에서 책이 폐기되는 것에 무감해진 건 아닌가 싶다. 그 중에는 절판된 책이 있을 수도 있고 그렇다면 하나의 세계가 종말한 것과 다를바 없는데도 말이다.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는 세계의 모든 종자를 보관하는 종자 보관소가 있다고 하는데 책 하나마다 하나의 세계와 다를 바 없는 책은 어디서 어떻게 보존을 해야할까. 그 대답으로 많은 곳에서 아카이브 작업을 진행하고 있기는 하다.

어떤 방법이 정답이고 아니고를 따지기에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다. 더 나은 방법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있을 것이다. 언젠가 영화처럼 후대가 그 노력의 흔적을 발견하게 될까? 그곳(물리적 공간은 아니지만)에 존재하는 지식은 후대로 전달될 수 있을까? 과연 영원이 존재할지 철학적인 질문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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