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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 Dec 28. 2021

쉽지 않게 살아야 하는 이유, 페르세폴리스

2020년 2월의 읽고싶은 책 | 페르세폴리스 (마르잔 사트라피)

책속의 말

“살다 보면 형편없는 인간을 많이 만나게 될 게다. 그들이 네게 상처를 주더라도, 이렇게 생각하렴. ‘내게 해코지하는 건 그들이 어리석어서’라고. 그래야 그 못된 짓들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을 수 있단다. 세상에서 원한과 복수보다 나쁜 건 없거든... 늘 품위를 잊지 말고, 네 스스로에게 정직하도록 해라.” (p.155)




작년(2019년) 국제도서전에서 사놓고 반 년 넘게 묵혀놨던 책을 이제야 다 읽었다. 처음에는 두꺼운 책에 겁을 먹었지만 내 걱정이 무색하게 책은 술술 읽혔다. 그래픽노블이라 가능했던 일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에 흡인력이 있어 가능했던 것이기도 하다.

이란 출신 작가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 이란의 정치, 사회, 역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이란의 역사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 아는 게 있나 하면 그것도 할 말 없지만 이란은 정말 내게 먼 나라였고 그래서 책에 나오는 이란 혁명과 8년전쟁조차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 책을 통해 그나마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잘 모르다보니 그보다 집중을 하며 보게된 것은 여성인 작가가 여성에게 억압적인 문화 아래서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나에게 보다 가까운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히잡을 강제로 써야하고 외출을 할 때마다 자신의 복장을 스스로 검열해야 하는 과정에서 얼마나 에너지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지, 그리고 실제로 얼마나 어이없는 이유로 경찰에 잡혀가는지, 왜 여성이 그래야 하는지 분노했다. 욕망을 지닌 사람이 억압을 당하면서 제2의 자아를 만들듯 실제 나와 밖에서의 나를 분리해야하고 그 간극에서 오는 분열, 나를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고 부정해야 하는 상황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주인공인 마르잔은 ‘배워야한다’, ‘공부해야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마치 내게 주어진 길이 그것뿐이라는 듯 간절하게 지푸라기를 붙잡는 듯 책을 탐독하던 시기도 있었다. 방황하기도 했지만 마르잔은 새로운 것을 계속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쉽지 않게 살아야 한다는 걸 마르잔을 보며 깨닫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아주 부끄러운 부분까지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의 용기에 감탄하며 내가 모르는 세계에 대해 나도 더 관심을 가지고 배우지 않으면 영영 멈춰버릴 것만 같은 불안감을 느낀다. 그 불안은 나를 갉아먹기도 하지만 때로는 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마르잔과는 다른 양상이라 해도 그녀를 보며 어떻게든 이 작은 세계에서 탈출하기 위해 어설픈 헤엄을 친다.

도입부에서 밝힌 내가 인상적으로 생각한 저 구절은 마르잔의 할머니의 말이다. 마르잔이 엄마, 할머니와 맺는 유대와 서로에 대한 지지가 마음에 깊게 남았다. 엄마와 할머니의 유산이 마르잔에게 남아있을 것이다. 그걸 잊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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