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의 여성작가의 책| 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자연은 늘 예외를 품고 있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사실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 그것만이 언제나 어디서나 진실이다.
언론은, 어쩌면 사람들은, 대단한 과학자를 집중 조명하고 싶어한다. 고난을 극복한 영웅담에 빨리 감탄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과학자를 여럿 키워서 그중 한 사람이라도 대단해지는 과정을 지지하거나 지켜보는 것은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세계적 과학자가 어디서 뿅 하고 갑자기 나타날 리 없는데.
그리고 자신들이 낸 세금을 기꺼이 우주 탐사에 쓰도록 허락하고, 공감하고, 지지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지켜봐주는 국민이 필요하다. 당신이 꼭 필요하다. 천문학자가 아니라도 우주를 사랑할 수 있고, 우주 탐사에 힘을 보탤 수 있다. 우주를 사랑하는 데는 수만 가지 방법이 있으니까.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고,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러니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달에 사람을 보낸 것도 미항공우주국의 연구원이나 미국의 납세자가 아니라, ‘우리’ 인류인 것이다. 그토록 공들여 얻은 우주 탐사 자료를 전 인류와 나누는 아름다운 전통은 그래서 당연하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을 보면 눈에 띄는 홍보문구가 두 개 있다. 하나는 “알쓸인잡”의 바로 ‘그’ 천문학자라는 것이고, 다른 홍보문구는 ‘“네이처”가 주목한 천문학자’라는 것이다. 둘다 분명 대단한 일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듯 그것은 어느 기자 하나의 선택이기도 하다. 저명한 과학 잡지와 인터뷰를 했을 때만 반짝 관심주는 것보다 과학자에게 꾸준한 지원을 하는 게 당연히 더 힘들겠지만 선행되어야 할 일이다. 일견 대단해보이는 발견에는 그다지 멋지지만은 않고 때로는 지루해보이는 작업이 쌓이는 게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저자가 하는 관측도 관측을 위해 수많은 세팅이 필요하고, 연구자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관측이 끝나면 데이터 분석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사람들이 흔히 ‘천문학자’ 하면 떠올리는 관측보다 데이터를 끌어안고 씨름할 일이 더 많아 보인다. 그 끝판왕은 연구비 경비 처리와 같은 행정 작업일 것이다. 세상 골치아프고 자잘해보이고 ‘쿨’해보이지 않는 일, 그렇지만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이다. 이 모든 일이 있기에 연구자의 결과물이 나올 수 있고, 모든 부분이 하이라이트일 수 없다는 걸 저자는 보여준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 과학자의 이야기라 나와는 다른 세계 이야기라고 선을 긋고 시작한 게 사실이다. 언제나 과학자, 특히 천문학자를 동경하기는 했어도 나는 ‘뼈문과’라 과학이 나와는 먼 세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근사한 문장이 나온다. 연구의 공저자가 인류라니, 이 얼마나 아름다우면서도 어쩐지 벅차오르게 되는 발상인지. 나도 이 연구에 공헌하는 점이 있다고 생각하면 내가 모르던 연구에도 더 관심을 갖게 된다. ‘우리’는 결국 같은 이 지구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드넓은 우주에서 아주 일부인 ‘우리’가 공동의 사명을 가지고, 연구자는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그외 사람은 그것이 ‘우리’의 일이라는 관심과 물질적 지원으로 공동 과제를 해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 에세이가 다른 과학자의 에세이와 다를 수밖에 없는 요소가 있다. 저자가 여성, 기혼, 유자녀 연구자라는 정체성을 토대로 풀어나간 에피소드 때문이다. 육아하는 여성 과학자로서 겪어야 했을 경험은 남성 과학자가 겪은 것과는 분명 다른 경험일테다. 궁극적으로는 ‘여성 과학자’가 겪는 이야기가 남성 과학자가 겪는 것과 다르지 않을 때까지 우리는 아마 더 많은 여성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어야할 것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