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가 아니라 20
뜨거웠던 2019년을 쉬이 보내지 못했다.
2019년의 마지막 날, 한 해를 총 결산하는 시상식 라이브를 진행했고, 연말 결산 영상을 올렸고, 심지어 2020년의 개인적인 목표를 담은 영상을 발행한지도 한참이 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야 나는 2020년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2018년에서 2019년으로 넘어가는 순간은 그저 숨 가빴다. 처음 토크콘서트를 열고 리워드 배송을 진행하고, 시위 프레스 촬영을 한 뒤 지독히 아팠다. 그리고 그 아픈 기억이 끝나자마자 예정했던 촬영들을 진행했고 디폴트립을 떠났다. 2월에 예정됐던 디폴트립이라는 거대한 테마 덕분에 2019년의 시작은, 돌이켜보니 그저 숨 가빴던 것 같다. 3주간의 여행 기간에 올라갈 영상을 채우기 위해 어떤 때는 하루에 7개의 영상(탈코 일기 작가님 인터뷰를 시작으로)을 촬영하는 날도 있었으니, 1년간의 목표나 새해 소망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한 달 뒤 여행을 갔고, 거기서 또 한 달 뒤 작업실을 구했다. 그 뒤로는 약 10개월 동안 미친 듯이 영상을 만들었고, 전국을 돌았고, 간헐적인 오프라인 행사와 강연을 갔다. 뒤를 돌아볼 겨를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1월이 찾아왔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작년 이맘때쯤 드론을 샀던 것 같다. 사실 지금 이 글은, 불현듯 ‘드론을 산 지 일 년이 지났구나’를 떠올렸기 때문에 쓰고 있다. 드론을 만져 본 지 일 년이 다 되어간다니, 솔직히 다소 얼떨떨하다. 모래바람을 일으키며 이륙하던 그 작은 기체를 만난 지 일 년이 다되었다는 것. 그때는 그 프로펠러가 유럽뿐만 아니라 제주도, 서해안까지 나부끼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포르투 앞바다만이라도 잘 찍어오기를 바랐었는데. 이제 어딜 가든 ‘드론 갖고 가?’를 염불처럼 왼지도 오래됐다.
올해도 우리 둘은 새로운 도전들을 끊임없이 할 계획이다. 작년과 올해의 차이점이 있다면, 지금은 올 한 해 동안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 길에서 무엇이 가장 훌륭한 정답인지는 그 누구도 가르쳐주지 않지만, 우리가 나름대로 만들어가는 나침반을 벗 삼아 우리는 또 다른 일들을 해나갈 것이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 나침반이 부디 단단하고, 가리키는 방향의 오차 범위가 적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