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질병 기록
‘이건 병원 도장깨기가 맞다…’
낙엽이 질 무렵 찾아간 치과에서 치주 질환 치료를 받으며 든 생각이었다. 하다 하다 이제 치과까지 와버렸다. 아무것도 볼 수 없게 가린 천 아래, 두 눈을 질끈 감고 이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자 자연스레 내가 방문했던 병원 목록들이 생각났다. 2021년은 병원 투어의 해였다.
기억하건대 시작은 이비인후과였다. 2~3월쯤이었을까. 목이 너무 자주 붓고 아팠다. 단순히 계절이 건조하여 목이 부은 것으로만 생각했지만 정식 진단은 역류성 후두염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다음 병원은 정형외과였다. 건강해져 보고자 시작한 러닝을 한 지 3주 차, 무릎 통증이 발병했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정형외과, 한의원, 신경외과, 도수치료센터 등 4월을 기점으로 다닐 수 있는 관련 병원은 다 돌았던 것 같다. 단순히 무릎만 문제인 것이 아니라 허리와 골반이 뒤틀려있기 때문에 몸 전체가 망가져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았기 때문이었다. 물리치료와 도수치료에 아침을 헌납하기 일쑤였고, 병원에 앉아 있는 대기 시간과 치료와 관련된 스트레스에 심신이 낡고 지쳐갔다. 병원에 쓰는 돈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정점은 8월이었다. 이러한 현상들을 해결해 보고자 6월쯤부터 PT를 받았는데, 그날따라 중량 스쿼트를 하면 할수록 허리가 더 아팠다. 즉시 운동을 중단하고 주기적으로 가던 정형외과에 갔다. 그러나 원인을 명확하게 짚어내지 못했다. 결국 또다시 병원을 돌고 돌아 척추전문센터에 방문하여 MRI를 찍었다. 내 인생 첫 MRI의 기억은 ‘두 번 다시 이 통에 들어오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허리디스크 초 위험’ 진단을 받게 되었다. 의사의 말을 정확히 기록해 보자면 ‘터지기 직전이네요.’였다.
병원에서 처방받는 알약의 개수는 대단했다. 한 번에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상당했고, 그것으로 감당이 되지 않아 맞는데만 2-30분이 걸리는 신경주사를 맞았다. 결국 삽입술(정확한 명칭을 잊어버렸다)을 권유받았으나 거기까진 정말 가고 싶지 않아 버텼다. 그즈음 여성질환이 다시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선천적으로 약한 포궁을 가지고 태어났다. 정기적으로 받는 여성의학과 검진에서 늘 듣는 말이 “약하네요.”이다. 그만큼 부정출혈을 달고 산다. 각종 치료로 면역력이 꾸준히 약해지자 2021년의 하반기엔 결국 이 부분이 터져버린 것이었다. 악의 순환고리의 종점이었다. 늘 골칫거리였던 포궁의 용종도 다시 보인다고 했다.
그렇게 다시 약을 먹고 치료를 받았다. 12월 정도가 되자 병원 소동이 일단락되었다. 건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관련 글들을 읽어보기 시작하며 새해가 밝았다. 2021년이 되기 전까진 여성의학과를
제외하고는 별로 병원 갈 일도 없던 나였는데.(정말 몇 번 안 갔다) 1년 내내 병원을 돌다 보니 ‘건강’을 생각하며 새해를 맞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의 결론이 무엇이냐 하면… ‘2022년 운동하며 열심히 살겠다.’로 정리해보겠다. 두서없는 질병의 나열이지만 어쨌든 새해를 맞아 건강을 되찾기 위해 실내 자전거를 야심 차게 들였다는 고백을 해 본다. 내 건강을 책임질 수 있는 건 내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뼈에 깊게 새기며 나의 새해는 시작됐다.
‘건강한 삶’, 2022년의 키워드를 잊지 않게 기록해 두는 1월의 첫 번째 일요일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