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끈적하게 달리 붙은 것들을 떨쳐버리기 위해 달린다.
이미 유효 기간이 다 했음에도 어딘가에 붙어 있다가 불쑥 나타나 괴롭히는 것들이 있다.
있는 힘껏 달리면서 이겨내 보자고 팔과 다리를 힘껏 흔들어본다.
빠르게 달렸다가 조금 천천히 걸었다가 멈추지 않고 한 시간 넘게 달린다.
푹 젖은 옷, 뚝뚝 흘러내리는 땀방울, 약간의 근육통.
이 세 가지 조합은 중독성 강하다.
알 밴 허벅지 안쪽과 바깥쪽, 팔뚝 그리고 땀까지 흐르면 온몸은 녹초가 된다.
도대체 뭐에 분노하고 뭘 이기고 싶은 걸까?
뭘 떨쳐내기 위해 달리는 걸까?
왜 달려야 살 것 같을까?
때론 가까운 사람이 건넨 날카로운 말일 때도 있고,
바꿀 수 없는 상황에 대한 분노일 때도 있다.
그중에서도 달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아프고 힘들더라도 매일 스스로의 껍질을 깨고 싶은 마음이다.
달리면서 그 고통과 개운함을 직접 겪을 때 두꺼운 껍질이 하나씩 벗겨지는 상상을 한다.
게으르게 보낸 날은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말하기 위해 달리는지도 모른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걸 잘 알기에
현재라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려고 삶을 끄는 말이 된다.
몸을 혹사해서 얻는 일종의 안정감과 만족감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지치고 무너진 날 그냥 눕기보다 달리기를 하는 게
가장 빠르게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이다.
짧으면 30분 안에 누워있던 무기력이 멀리 사라진다.
달리면서 강해지고
달리면서 똑똑해지고
달리면서 더불어 살아갈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게 나는 길 위에서 변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