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도 신나게 달렸다.
시원한 날씨, 내 발에 딱 맞는 운동화, 힘이 나는 플레이리스트.
세 가지 조합이 딱 맞아떨어지면
두 발은 새로운 자아가 생긴 듯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땀을 뚝뚝 흘리며 거칠어진 숨 내뱉고 다시 고르는 시간을 사랑한다.
머리부터 몸 전체가 개운해져서 하루에 쌓였던 피곤함과 누군가의 무례함을 씻어 낸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해 가고 있는데 왼쪽 무릎에 통증이 느껴져 갑자기 멈춰 섰다.
손으로 정확한 부위를 찾기 위해 만져봤는데 무릎 근처, 특히 아래가 멍든 부분을 만질 때처럼 아팠다.
평소보다 페이스가 빠른 것도 아니고 장거리를 달린 것도 아니다.
덜컥 겁이 났다. ‘며칠 이어서 달려서 그런가?’ ‘혹시 몸무게가 늘었나? 그래서 다리에 무리가 갔나?’
통증의 원인을 찾기 위해 이리저리 따져보고 고민해 보지만 정확히 알 수 있는 게 없었다.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서서 다리를 쭉 펴고 천천히 고개를 다리 아래까지 숙였다.
뒷다리가 시원해서 눈물이 찔끔 나왔다.
‘와! 되게 시원하네’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그리고 아까 통증이 있던 곳을 만졌는데, 멍든 느낌이 사. 라. 졌. 다.
불과 몇 분 전에도 아파서 겁먹게 했던 그 부위가 정말 거짓말처럼(뻔한 말이라 적고 싶지 않지만 진짜다)
아무렇지 않았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내가 추측해 보길 뒤쪽 허벅지와 무릎 쪽을 연결하는 어떤 곳이
뭉쳐 있다가 풀어진 게 아닌가 싶다.
왼쪽 무릎 아래쪽이 아팠지만 통증은 무릎 뒤에서 풀렸다.
아픈 부위가 생기거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린 딱 눈앞에 보이는 곳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당장 보이는 부분에서 원인을 찾아서 해결하는 게 정석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협한 시각으로 원인을 분석하려고 하면 큰 그림을 보지 못한다.
넓게 보면 다리 근육에 문제가 있었던 건데 무릎 아래 통증에만 집중하다 보면
진짜 원인을 찾지 못하고 계속 아플 뻔했다.
지금 만족하지 못하는 상황은 과거의 내가 만들었고,
지금 그 사람과 다툰 이유는 오늘 뱉은 말 때문이 아니라 몇 달간 쌓아온 서운함 때문일 거다.
가끔은 문제가 발생된 지점에서 멈춰, 그냥 넘겼던 부분이 있는지
아예 다른 방향을 살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거기에 내가 놓친 해결책이 보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