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 선 당신을 응원합니다

by librehee


처음 달리기를 시작했던 5년 전을 떠올려본다.

흔히 말하는 달리기 고수의 이미지는 날렵한 중년 아저씨가 싱글렛을 입고 달리는 모습이었다.

최신 장비와 러닝화가 아닌 신은 흔적이 깊게 배어 있는 운동화와

언제가 참여했던 동네 마라톤 대회 이름이 새겨진 티셔츠,

오직 달리기에만 집중하며 달리던 모습이 나에겐 선망의 대상이었다.

내가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러닝붐이 있기 전이었고 동네에 나가면

달리는 사람이 몇 없던 시절이었다. 달리기 고수분들만 몇몇 계셨을 뿐.

내 몸 하나 챙기기도 바빴기에 주변 러너들을 주의 깊게 보지 않았다.

달릴 수 있는 거리가 늘어나고 러닝화에 관심이 많아질수록 주변 러너들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살펴보게 되었다. 초보부터 고수들까지 옷이나 운동화를 흘깃 거리며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떤 러닝화가 있는지, 어떤 브랜드 티셔츠를 입는지 보며 남몰래 구매리스트에 넣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달리는 사람들의 표정과 달리는 행위 그 자체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엔 달리는 사람을 만나면 반갑다.

어떤 이유가 저 사람을 트랙 위로 오르게 했는지 궁금하다.

달리기는 스스로 발을 움직이지 않으면 시작할 수 없는 능동성이 강한 운동이다.

누군가에게 아무리 좋다고 추천하고 트랙까지 끌고 가더라도

당사자가 운동화를 신고 트랙에 설 의지가 없다면 절대 시작할 수 없다.

속도를 늦춰가며 옆에서 슬쩍 러너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감히 당신 삶의 무게를 가늠해 본다.

'무엇이 당신을 이 길 위에서 달리게 하나요?'

속으로 물으며 살며시 속도를 맞춰 달린다.

무엇인가를 뛰어넘겠다는 의지가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람,

숨을 헐떡이며 곧 쓰러질 것 같은 러너, 누가 봐도 오늘 달리기를 시작한 커플

귀에서 나오는 음악을 즐기며 달리는 사람,

무념무상으로 길에 자신과 달리기만을 온몸으로 느끼는 사람.

러닝 자세도 호흡도 필요 없이 달리는 자체를 행복해하는 사람.

부끄러운 마음도 있고 상대방이 불편해할까 봐 직접 인사를 하지는 않는다.

대신 조용히 나 혼자 응원한다.

한 없이 너그러워지고 어딘가 몰랑 몰랑 해진다.

사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세상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운동화를 신고

문 앞에 서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냥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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