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없는 달리기

by libr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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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행위에만 집중해서 다른 걸 무시하게 되면 꼭 통증이 찾아온다.

호흡을 규칙적으로 해야 하고 복근에 힘을 줘야 한다는 건

다 잊고 냅다 달리기만 하는 거다.

균형이 맞지 않은 상태에서 오르막길, 내리막길, 산길을 정신없이 달리다 보면

목부터 등까지 아픈 날도 있고 무릎이 시큰거리는 날도 있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허벅지 안쪽부터 팔까지 아파서 끙끙 거리며 제대로 자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 그런데 심리적으로는 제대로 달렸다고 안도감을 느끼는 이상한 마음이 생겼다.

이상하다고 표현한 건 나도 이 감정이 건강하지 않다고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왼쪽 발목 안쪽의 찌릿함이 이어지던 어느 날. 덜컥 무서워졌다.

'이러다가 못 달리는 거 아니야?'

보통은 엄청난 통증이 아니라면 참고 달리는 편을

선택했는데 그날은 그러면 안 된다고 강하게 인식 됐다.

뭐가 문제 일까? 달리는 데 왜 몸이 자꾸 아픈 걸까?

해답은 귀멸의 칼날에서 얻을 수 있었다.

주인공 탄지로는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강력한 혈귀를 만나자 당황했다.

연마했던 기본 기술들을 부지런히 사용하는데 어떤 것도 상대방에게

영향을 주지 못한 것이다. 싸우면서도 머릿속으로는 맞닥뜨린 상황을 어떻게

돌파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 장면을 보는데 학창 시절 수학 공부 할 때가 떠올랐다.

기본 개념과 공식을 분명 외웠는데 막상 문제를 풀려고 하면 어떤 걸 사용해야

할지 바로 알 수 없었다. 고민하다가 답안지를 보고 나서야

'맞아 이걸 써야 했지. 아는 거였는데 틀렸어'라며

원래 알고 있었다고 스스로를 속였다.

제대로 꺼낼 수 없으면 아는 게 아니다.

나중에 탄지로는 자신에게 새겨져 있던 모든 기본기들을 변형하기 시작한다.

1번과 3번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고 한 기술을 방향을 바꿔가며 움직여

결국 강력한 혈귀를 쓰러뜨린다.


달리기에도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보폭을 넓게 하지 않고 좁게 달려 다리에 무리 주지 않는다.

달리기 전과 후 스트레칭을 반드시 해준다.

달리기만 하는 게 아니라 스쾃, 런지, 플랭크 등

보강 운동을 통해 다리 근력을 기른다. 다리 근력이 생기면

부상이 줄고 실력은 향상된다.

위에 것들을 지키면서 인터벌 훈련도 하고 건강한 음식으로

몸을 잘 채워줘야 한다.

난 기본을 잘 지켰을까?

과거에 수학문제를 풀 때 답안지를 보고,

알았다고 착각했던 시절처럼 달리기를 하고 있으니 잘 알고 있다고 속였다.

귀찮아서 스트레칭을 잊은 날도 많았고 하루 근력 운동 빼먹는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며 쉬었던 적도 있었다.

머리로 아는 게 아니라 몸에 새겨져 있어야 한다.

고민할 필요도 없이 기본과 응용이 자유자재로 이어지도록.

고개를 끄덕이며 다리 근력을 위해 스쾃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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