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하고 마라톤 대회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낭만러너 심진석씨를 알고 있을 거다.
러닝 전용 시계도 없고 유명한 누군가에게
코치받은 적도 없다. 양말도 신지 않고 그냥 달린다.
이런 그가 선수들도 힘들다는 연속 풀코스 출전에다가
우승까지 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출발선에서는 어떻게 하고
몇 킬로 지점에서는 페이스를 어떻게 하고
그에게 그런 전략은 없었다.
출발선부터 흔히 말하는 냅다 달리기로
결승선까지 쉬지 않는다.
비계공으로 일하는 심진석씨는 안전화를
신고 달려서 출퇴근하는 게 훈련의 전부라고
한다.
어떤 겉치장도 없고 순수, 그 자체인 열정을
내뿜는 이를 본 건 오랜만이었다.
연장 탓을 하지 않는 진짜 사람을 만난
감동에 유튜브 영상을 보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
무언가를 하겠다며 마음만 먹고 준비만
하다가 보낸 시간들이 떠오르며 깊은 곳에서
아까움과 쓰라림이 올라왔다.
생각이라는 허상에 사로잡혀 실행하지 않고
때만 기다린 건 또 하나의 게으름이란
결론이 났다.
달릴 때 심진석 씨의 표정은 행복해 보였고
달리기 자체에 몰입해 있었다.
그가 말한 달리기 철학은 '그냥 달리는 것'이다.
얼마나 간단하면서 강인한 문장인가.
책장에 꽂혀있는 달리기 관련 책,
유명하다기에 캡처해 둔 러닝화 사진,
러닝 코스, gps시계들을 쭉 둘러본다.
진짜 해야 하는 건 운동화를 신고 감사하게
달리는 일.
날이 쌀쌀하지만 옷을 겹쳐있고 나가본다.
한 발자국씩 딛으며 그냥 하는 무언가에 대해
지금과 앞으로 삶을 살아갈 태도를 곱씹어 본다.
돌아오는 길, 금요일마다 오는 순대차 아줌마가
보인다. 한쪽에 서서 무언가를 펼쳐놓고
공부하고 계셨다. 좋은 필기구, 앉기 좋은
편한 책상은 아니지만 그런 건 전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공부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듯 보였다.
가까이에도 '그냥 하는' 삶의 고수가 있었다.
'그냥 달리는 것'
'그냥 가보는 것'
'그냥 해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