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수 있는 사람

by libre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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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 손목, 발목을 슬슬 푼다.

그리고 신경 써서 준비하는 것 중 하나는 플레이리스트다.

비트가 빠르거나 추억이 있어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심장이 더 잘 펌핑되는 듯한 느낌에 힘이 막 솟아난다.

보통 무념무상으로 뛰어다니거나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와

풀을 구경하지만 특별히 좋아하는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날이면

아주 튼튼해지는 나를 상상하면서 발을 빠르게 구른다.


건강하고 밤새도 멀쩡한 강철 체력,

근육으로 다져진 다리로 말처럼 멋지게 박차며 나아가는 모습,

잦은 해외 출장에도 어디서든 잘 적응하고, 번역과 통역으로 부끄럽지 않게 일하는 나,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는 소망 등.

희망적인 미래, 추구미 그리고 현재. 이 사이를 넘나들며 달리는 동안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영상들을 만들어내고 다짐하고 계획한다.

강해지기 위해 달리기를 하는 거다. 원하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달려 나가고

정신적으로 지구력을 기르고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운동화 끈을 묶는다.

지금 맺고 있는 관계들과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들을 생각하며 건강한 사람이

되려고 달리고 또 달린다.


강하지 않고, 자유롭지 않기에 더 집착한다.

어떤 상황에서도 중심 있게 살고 싶다는 욕망이 나를 자꾸 뛰게 만든다.

머리까지 느껴지는 심장소리를 듣고 양말까지 푹 젖을 정도로 달리고 나면

어제보다는 조금 더 튼튼해진 내가 된 것 같아 안심된다.


흘러가는 사람들도 있고 곁에 머무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개인이 홀로 잘 존재할 수 있다면 아무 문제없을 거다.

그러나 삶이 팍팍해서 기댈 누군가를 찾게 되고 일방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한쪽은 지치게 되고, 또 다른 쪽은 마음 놓고 기댈 수 없음에

실망하게 된다. 삐그덕 거리게 되는 순간이다.

건강한 개인과 개인이 서로 의지하기도 하고 아껴주면 더 행복할 거란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강해지고 건강해져야 한다.

험난한 세상 속에서 아끼는 사람들이 나에게 마음 편히 기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댈 수 있는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어느 정도 달려야 그곳에 도달하게 될지는 모르겠다.

정말 다행인 건, 지금까지는 지루하지 않고 매일 더 잘 뛰고 싶은 열정이

계속 생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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