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좋아하지만 매번 좋고 항상 달리고 싶은 건 아니다.
머리가 지끈 거리고 괜히 피곤한 날이 있다.
괜히 무릎 어딘가가 아픈 것 같고, 내일을 위해 쉬어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한다.
누가 달리라고 강요한 건 아니지만 건너뛰면 형용할 수 없는 찝찝함이 다음날까지 따라다닌다.
뭔가 하루를 제대로 보낸 것 같지 않은 불편함.
달리지 않은 것을 후회하며 괴로워할 걸 알기에 꾸물거리며 운동화를 신는다.
천천히 한 발씩 땅을 딛는다.
‘괜히 나왔나?’ ‘몸이 무거운 것 같은 걸?’ ‘오늘은 쉴까’
발을 움직이면서도 돌아갈 결정적인 이유를 찾는다.
그러다 보면 2km라는 안내가 나온다.
시원한 에너지가 조금씩 몸을 가득 채우기 시작한다.
5km 정도면 어느 정도 몸이 풀렸고 달리기 싫어 꾸물대던 나는 사라졌다.
돌아갈 이유를 찾았는데 그런 고민을 하던 나도 같이 사라진다.
코를 킁킁 거리며 풀냄새, 흙냄새 가끔은 비에 젖은 시멘트 냄새까지
폐 안에 가득 채운다. 얼굴에 긴장감은 사라지고 입술 양끝을 올리며 미소 짓는다.
고민한 게 무색하게 땀을 흘리며 16km를 향해 발을 가볍게 움직인다.
달리기 직전에 비가 살짝 내렸었는데 무지개가 얼굴을 내밀었다.
매일 볼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서 우연히 만나게 되면
행운을 받았음에 감사하며 기분이 몽글몽글해진다.
귀찮다고 달리러 나오지 않았으면 놓칠 뻔했다.
나올까 고민해던 날, 하지 말까 하고 마음을 저울질하던 날.
그냥 아무 생각 없이 러닝화를 신으면 선물을 만나는 때가 있다.
서로 바빠서 가끔씩 통화만 하다가 만나지 못했던 동네 친구를 만나기도 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달리는 나를 향해 다가오기도 한다.
가끔은 동네 어르신들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며 칭찬해 주시기도 한다.
돌아오는 길에 들어간 편의점에서 마시고 싶었던 음료가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즐겁게 나올 때는 그 자체로 행복하지만 나오기 싫었다가 의외의 행운을 만나면
기쁨은 배가 된다.
어차피 삶이란 기다란 선에서 만나는 일들과 사람은 내 의지로 조절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좋은 일만 있지도 않고 그저 그런 날도 아주 싫은 날도 있다.
열심히 살자고 나를 몰아붙일 때가 있고 달리고 싶지 않아도 달려야만 할 때가 있다.
다가오는 것들을 조절할 수 없다면 내 의지로 가능한 범위까지만 조절하면 된다.
고민되는 일에는 시도해 보는 걸 우선으로 하고 나에게 중요하지 않은 사람들은
그냥 흘려보내면 된다.
싫었던 날도 내 힘으로 달리러 나가면 뜻밖의 선물을 만나듯
일단 해보고 묵묵히 나아가다 보면 쌍무지개도 슈퍼문도 만나게 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