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서기 : 다른 것에 매이거나 의존하지 않는 일.
홀로서기란 말을 입안에서 굴리며 곱씹는 시간이
많아졌다. 똑바로 홀로 서고 싶다는 욕망.
일정 나이가 되면, 돈을 벌면 등등.
어떤 과정을 통과하면 당연히 '난 어른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걸 안다.
나이를 먹어도 미성숙한 언어와 태도로
상대에게 상처주기도 하고
돈을 벌어도 충동 소비를 하고 후회하며
잔고는 같은 상태를 유지하기도 한다.
무례한 분노에는 큰 그릇으로,
넓게 받으면 되는데 오늘도 나는 파르르 한다.
이럴 때는 빨리 러닝화를 신는다.
조용히 달릴까 하다가 머리 안이 왕왕거릴
것 같아 일부러 비트가 빠르고 희망적인
가사가 있는 노래들로 리스트를 만든다.
싫어하는 공간과 원치 않은 시간에
나를 데려다 놓는 일은 괴롭다.
분명 인생을 사는 건 나인데 뜻대로
되지 않는 것 또한 아이러니하다.
모두들 어렵다고, 세상이 그렇게 쉬울 수
없다고 말해도 내 시간과 가는 장소를
스스로 정하게 만들 거다.
괜히 발을 쾅쾅 더 힘차게 구르며 달려본다.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다.
홀로서기해야 한다. 세상이 정신없이 빠르게
변해서 과거의 상식은 통하지 않는다.
어떠한 조직도 평생 나를 지켜주 않는다.
애초에 만들어진 이유가 이익추구니까.
많은 기대를 하지 않기로 한다.
마스크 안에서 뜨거운 김이 뿜어져 나오고
관자놀이 옆으로 땀이 흐른다.
역시 나오길 잘했다. 막막해 보였던 홀로서기가
작은 실마리이지만 길이 보이는 듯하다.
굳었던 얼굴도 풀어진다. 독으로 가득 찼던
내면이 조금 해독됐다.
거친 숨을 잠시 고르며 해가 지는 멋진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거 하나 보려고 나온 것처럼
눈과 마음이 맑아진다.
어떠한 상황이어도 경이로운 자연 앞에서
사람은 온순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반환점에 집 앞까지 빠르게 속도를 내본다.
겨울 한복판을 통과하는 중에도 이렇게
땀을 뚝뚝 흘릴 수 있는 운동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달리고 숨 쉬고 하늘 한 번 본다.
인간으로서 홀로서기 위해
땅과 바람에 한 껏 기대기로 했다.
오늘도 달리기 품 안에서 고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