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처음 러닝 피드를 올린 날짜를 확인해 보니 2021년 10월 25일이다.
혼자만 달리고 말까 하다가 왠지 깊게 사랑에 빠질 것 같다는 강한 예감에
설레는 마음으로 첫 피드를 올렸다. 오늘은 2025년 12월 26일.
약 5년 차 러너가 되었다. 중간에 통증으로 살짝 불편한 적이 있었지만 큰 부상 없이
지금껏 잘 달려왔다. 시작은 신발장에 있던 아무 운동화였지만 이젠 좋아하는 러닝화도
생겼고 기분에 따라 주로와 템포를 조절하는 여유도 생겼다.
차곡차곡 쌓아온 러닝 기록을 보며 올렸던 날 날씨와 있었던 에피소드, 그날의 기분들도
떠올리는 낭만적인 사람이 되었다. 올해 큰 변화 중 하나는 피드로 끝냈던
러닝 기록들을 브런치에 연재하기 시작한 거다.
나에게 좋은 것들, 자꾸 끌리는 것들은 숨기려고 해도 숨겨지지 않은 채
어디서든 비집고 나온다.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먹은 이유도 같다.
누가 듣지 않아도 달리는 동안 떠올랐던 생각들과 느낌들이 휘발되기 전에
한 자라도 남겨두고 싶었다. 어떤 걸 하면서 이렇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나도 모르게 노트북을 켜고 타자를 두드리거나
펜을 들고 무언가를 적고 있었다. 난 달리기 선수도 전문가도 아니다.
그런데 왜 달리기에 대해 쓰려고 하는가?
최근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있다.
복장, 러닝화도 미친 듯이 사들이고 찾아보는 마니아 수준도 아니다.
달리기를 통해 말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달리기가 좋은 건 확실하다.
복잡하고 짜증 나는 일도 신나는 노래를 들으며 달리고 나면 잊거나 화가 가라앉는다.
힘들지만 끝났을 때 개운함이 좋다.
달리다 멈추면 온몸의 땀구멍이 한 번에 열리는 것처럼 땀이 쫙 나올 때가 있다.
정신과 몸이 정화되는 시간.
묵은 것들이 구멍을 통해 모두 밀려 나오고 숨구멍이 열린다.
달리기를 하며 내가 그리는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 좋다.
현재 내 일상인 것처럼 그려지는 미래 모습들을 떠올리다 보면
지금 내가 할 것들이 정리되면서 힘이 난다.
지독하게 밉거나 나를 괴롭혔던 사람들도 달리면서 조금씩 옅어졌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혼자 다짐한 것들이 있다.
무조건 내가 경험한 것만 쓸 것.
카더라, 누군가의 연구결과만 모여 있는 것들만 나열하듯 적지 않는다.
땀과 시간이 담겨 있어야 한다.
다짐했던 것들을 지키기 위해 지금도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거다.
나를 통과하지 않은 글들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한동안은 매일 달리지 않으면 짜증이 치밀거나
달리기 위해서 일하는 시간을 조절하느라 강박적으로
매달렸었다. 지금은 다행히 그 상태에서 벗어나 즐겁게 달리고 있다.
언제까지 내 안에서 달리기 이야기 뿜어져 나올지 잘 모르겠다.
감사한 건 올해도 부상 없이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계속해서 심장이 뛰는 한 난 멈추지 않고 달릴 거다.
한 해 동안 달린 피드들을 바라보며 내년에는 다양한 오프라인 대회도 참가해 보고,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더 강해지고 건강한 나를 만들겠다고
다시 마음을 다 잡아 본다.
*혹시 제 글을 보고 조금이라도 달리 마음이 생기셨다면
집에 있는 가장 편한 운동화를 신고 당장 밖으로 나가보세요.
속도를 내지 않아도 좋습니다. 가볍게 발을 구르더라도,
1km만이라도 나아가보세요. 저도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구독자가 많지 않아도 전 꾸준히 달리기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입니다.
올해도 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달리기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