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움직이는 말

by librehee

눈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우리는 무수히 많은 말들을 쏟아내고 듣는다.

혼잣말은 물론이고 누군가와 나누는 모든

대화를 내 귀는 듣고 있다.

갑자기 말에 대해 떠올린 건 오늘 러닝 덕분이었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금방 목이 칼칼해지고

콧물이 줄줄 흐르는 날들이 이어진다.

막상 나가면 신나게 달릴 걸 알지만 러닝화를

신기 직전까지 수백 번 고민한다.

추운 건 정말 무섭다. 그래도 달려야만 한다.

몸과 정신 건강을 위해서.

이럴 땐 셀프 대화를 시도한다.

'야! 1km만 지나면 하나도 안 추워! 알잖아?

왜 이래 아마추어같이. 한겨울에 달리는 사람이

진짜 러너인 거 몰라?'


그리고 기적적으로 나가서 천변 입구에 선다.

또다시 나에게 말한다.

'하나도 안 추워. 진짜 하나도 안 추워.

눈도 거의 녹았네. 달리기 진짜 좋은 날이네'

옆에 물이 꽁꽁 얼고 그 위로 새들이 사뿐사뿐

걸어 다니지만 좋은 날이라고 주문을 건다.


그러다 보면 벌써 5km 구간을 지나고 있다.

러닝 할 때가 스스로와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다. 다독이며 달리러 나오기도

하고 달리면서 지난 흑역사도 다 경험이라고

토닥이기도 한다. 힘들 때는 '할 수 있다'를

외치며 1km씩 나아가기도 한다.

누군가는 정신승리 아니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뭐 어떤가. 평생 같이 하는 자신을 응원하고

토닥이며 살아가는 건데.


살아간다는 건, 어떤 부분에선 공격에 노출되는

일이기도 하다. 내 의도와 상관없이 만나게 되는

사람, 환경에서 무균실처럼 보호받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나를 칭찬해 주고 다독여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아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연히

마주치는 이들에게 따뜻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우주에서 볼 때 먼지다.

유한한 삶 속에서 각자 살기도 힘들다. 아무 이유 없는

찡그림과 독한 말을 내뱉기보다 미소 한 번, 따뜻한

말을 건네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가.

(물론 누가 봐도 빌런인 이들에게는 아니다)



오늘도 달리며 나와 깊은 대화를 나눈다.

꼬리를 흔들며 걷는 강아지를 보며 웃는다.


8km 구간에서 바람이 세차게 불어 힘들게

맞서고 있었다. 힘이 빠지고 있었는데

거짓말처럼, 영화의 한 장면처럼 반대편에서 걷던 할아버지가 나를 보며 박수 친다.

젊은 사람이 추운 날씨에 건강하게 달리는 게

보기 좋다고. 눈인사와 함께 감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평소 알던 분도 아닌데 박수를 쳐주고 따뜻한 말까지.

갑자기 힘이 생긴다. 그리고 감사하다.

그 할아버지가 건네 주신 따뜻한 말 덕분에

3km나 더 달릴 수 있었다.

역시 따뜻한 말과 마음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