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익숙했던 관계 속에서 미세한 균열을 발견했다.
이 균열은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인가.
미묘하게 어긋나는 타이밍과 침묵,
겉도는 듯한 삐그덕거림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었다.
지난 기록들을 읽어보니 5년 이상 무례함을 받아주고
기꺼이 그들의 먹잇감이 되어주었던 내가 있었다.
'너 미쳤니?' 스스로에게 물었다.
익숙하다고, 오래되었다는 이유만으로 무례함을
친근함으로 포장한다.
주체할 수 없는 화와 무례했던 장면들을
곱씹는 나를 가만히 방치할 수 없었다.
제일 먼저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고소하고 뜨끈한 라테를 마셨다.
그리고 러닝화를 신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를 소중히 여기기 위해 달리면서
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이들을 떠올렸다.
어쩌면 서로 많이 달라진 걸지도 몰랐다.
다름은 이해할 수 있지만 예의 없음을 장난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음은 받아들일 수 없었다.
맞지도 않은 사실과 얕은 경험으로
자신이 백과사전인 듯 큰 목소리로 말하는 걸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었다.
가지를 드러낸 채 묵묵히 자신들의 시간을
보내는 자연들은 소리치지 않는다.
분명히 차가운 바람인데 나에게 따뜻하게
느껴졌다. 그만큼 내 마음이 차가웠다.
음악도 필요 없었다.
발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무념무상으로
달리면서 평온해지고 싶었다.
뭐가 두려워서 악한 관계를 붙들고 있었니.
넌 자신을 좋은 환경에 두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할 의무가 있어.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작은 뒷산까지 달렸다.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덜어 내고 깨끗한 상태가 되어야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다.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이 관계에서
날 꺼내주기로 했다.
겨울에 땀을 뚝뚝 흘리며 눈물도 조금 났다.
억울하기도 했고 속상하기도 했다.
이제 균열을 직시하고 나를 위한 여행을
시작할 때가 되었다.
나를 위로해 줄 달리기가 있어서 눈물 나게
감사했던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