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 갖고 싶은 게 많다.
달리기, 요가, 명상, 커피, 연필, 대만 영화,
일본 소설, 노트, 만년필, 추운 날 카페에서
마시는 라테, 우롱차, 지칠 때까지 운동하고 바로 잠들기.
등등. 나를 안온하게 만드는 것들을 나열하라고
하면 두꺼운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랄 거다. 그래서 항상 바쁘다.
이쪽도 봐야 하고 저쪽도 가봐야 하고
새로운 것도 사용해봐야 한다.
한때는 이런 내가 싫었다.
줏대 없고 한 가지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 욕심만 부리는 것 같아서.
좋아하는 걸 숨기기도 했다.
어제는 커피를 좋아한다고 해놓고
오늘은 홍차가 마음에 든다고 하는
나를 이상하게 볼까 봐. 그런데 둘 다 좋은 걸
어쩌라는 건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내 마음도 중요하고
사랑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취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숨 쉴 수 있는 든든한 주머니도 많아졌다.
사람에게 상처받아도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도
부딪히다가 힘들어질 때 내 방으로 들어가
넘쳐나는 다양한 주머니를 뒤적거린다.
'오늘은 오일 파스텔로 그림을 그려볼까?'
'개완에다가 맛있는 우롱차를 정성스럽게 내려서
마셔야겠다!'
'오늘은 신나게 달리고 좋아하는 책을 빌려와야지!'
여러 가지를 떠올리며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오늘도 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괴롭히던 나쁜 기분과 묵힌 것들을
털어내며 씩씩하게 달리며,
바로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미리 신청해 둔 희망도서를 찾으러 갔다.
달리고 읽고 싶었던 책을 빌려오는 길.
한주에 마지막 평일까지. 완벽하다.
내 취향 주머니 모으기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