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시작된 러닝 열풍.
러닝은 하나의 스포츠이자
자신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었다.
당연히 러닝 관련 콘텐츠를 즐겨보는
내 알고리즘엔 아주 다양한 정보들이 올라온다.
살 빼는데 효과적이라는 슬로 러닝, 존투 운동.
최신 러닝화, 쿠션화, 카본화 등으로 구분해 둔
추천템들.
달리기 좋은 코스부터 가성비 러닝템까지
매일, 매분, 매초 새로운 소식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따라 사보기도 해보고, 언젠간
사 볼 거라며 장바구니에 넣어두기도 한다.
거기에 따라 추천되는 러닝 다이어트 후기들.
매일 5km를 달리거나 10km를 달리면서
살이 얼마나 빠지는지 직접 경험한 이들이
체험기를 들려준다. 대부분은 살이 빠져 몸이
가벼워졌다는 후기와 체형이 바뀌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가?
여기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약 6년 정도 계속 달린 것 같은데
나의 몸은 흔히 말하는 러닝을 꾸준히 한
몸이라 하기엔 어딘가 부족하다.
턱선이 날렵하지도 않고
달려 다닌 거리와 기간에 비해 말처럼
근육이 선명하게 보이는 건강한 다리가 아니다.
내가 러닝 하는 것을 보고 같이 달리기 시작한 동생은
장난 삼아 자꾸 묻는다.
'슬로 러닝하면 살이 엄청 빠진다고 하더라'
'러닝 하면 먹고 싶은 걸 다 먹어도 살이 빠진대!
그것도 아주 무섭게!'
내가 짜증 낼 걸 알면서 일부러 장난기 가득한
눈빛으로 계속해서 질문한다.
처음에는 이유가 왜인지 러닝 기록을 보고
여러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들과 비교했다.
뭐가 다른지, 더 달려야 하는지, 자세를 바꿔야
하는지. 그 순간부터 달리기가 또 다른 목표로
바뀌어 넘어서야 하는 큰 과제가 되었다.
러닝 클래스를 찾아보고
많이 사용하는 러닝 워치를 구입해서
거리별 페이스를 측정해야 하는지,
무언가를 찾고 고민하던 날들.
사람이 정보만 많이 찾게 되면
질리는 순간이 온다. 영상과 글자들이
물밀듯이 나를 덮쳐오는 듯한 감각은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가만히 누워 곱씹고 있는데 갑갑함이 느껴졌고
제일 간단한 방법인 그냥 달리기를 하러 갔다.
봄이 가까워지면서 바람에는 날카로움이
사라졌고 포근하기까지 해서 땀이 더 많이
났다. 노래 듣고 달리면서 집 근처 강을 바라보는데
속이 뻥 뚫렸다. 속이 더부룩했는데 탄산수를
마신 후 눈치 보지 않고 아주 크게 트림하는
듯한 개운함. 러닝화, 다이어트, 시계는
모두 떠오르지 않는 순수하게 개운함만 남은
상태.
나에게 달리기는 청량감, 개운함 그리고
마음을 정화해 주는 명상이다.
물론 덕분에 날렵하고 건강한 다리를
갖게 된다면 좋겠지만 본질은 그게 아니다.
과거에 비해 체력이 좋아진 건 분명해서
덜 지치고, 달리면 행복하다.
그거면 충분하지 않은가.
본질을 잊은 채 검색에만 매달려 괴로워
하던 건 나의 달리기를 잊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내 달리기도 충분하다.
정보들아! 넘쳐봐라.
나만의 러닝으로 계속 나아가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