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정신없는 날들이었다.
새로운 일이 생겨서 챙겨야 하는 것들이
많았다. 원래 준비되어 있어야 당연한 것들도
준비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 해결과 적응을
동시에 하는 순간이 이어졌다.
처음엔 화가 났다.
'왜 해둬야 할걸 하지 않고 전면에 나서야
하는 사람들을 괴롭히지?'
'알면 고치고 넘어가지 굳이 전화해서 사람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미운 것들 투성이었다. 그러다 보니 결국
실수를 하고 말았다. 물론 원인은 다른 사람이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결과는 내 잘못이 되었기에
할 말은 없었다. 화가 끓어올랐고 두통으로
진통제를 먹으며 한 주를 '버텼다'
'버텼다'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한 주였다.
집에 오면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잠이 쏟아지고 걷고 달리지 못하니
몸이 고장 난 듯했다. 밥도 넘어가지 않고
기운이 없었다.
달리기가 절실히 필요했다.
나의 인공호흡기이자 숨통인 달리기.
보통 10km를 달릴 계획으로 나가지만
그런 목표도 지금은 세우고 싶지 않았다.
음악도 듣지 않았다. 조용하고 심심한 분위기
속에서 안정을 찾는 게 더 중요했으니까....
평지를 혼자서 6km 정도 돌고 나머지는
산 달리기를 하기로 했다.
내 계획을 들은 동생이 산은 자기랑
같이 달리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언덕에서 계단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속도를 낼 수 없기에 이야기를 나누며
뛰기로 했다.
3일 동안 달리기를 못했을 뿐인데
첫발부터 새로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큰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뱉는데
독소가 빠져나갔다.
보이지 않는 그 기운이 몸 밖으로
나가며 웃음이 나왔다.
'이걸 몰랐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아무 걱정 없이 강변을 달린 뒤
산 입구에서 동생과 만났다.
아주 천천히 발을 구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첫 트레일 러닝인 동생을 생각해
속도를 줄이며 언덕을 올랐다.
예상보다 힘들었는지 동생은 말이 없었고
나는 웃었다.
"여기 까지만 돌고 그만할래?"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더니 가겠다고 했다.
심박수는 터져나갔고, 서로 서바이벌 게임
주인공이 된 듯 산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다 커서 동생과 이렇게 산을 뛰어다닌 적은
처음이었다. 헉헉거리다가 깔깔거리고,
내리막길에서는 걷기도 하며 끝까지
내려왔다.
'산 달리기 별 거 아니네!' 과장 섞인 말투로
허세를 부리는 동생 덕분에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자연을 보고 심장이 터질 듯 달리며
소중한 사람과 시간을 보냈더니
한 주 동안 쌓였던 스트레스와 분노가
조금 옅어졌다.
그까짓 것들이 뭐라고!
나에게 이렇게 소중한 사람과 재미있는 것들이
많은데 기죽을 일이 뭐가 있겠는가.
게임 캐릭터가 에너지를 충전하듯
힘이 채워졌다.
성인이 되었지만 오히려 스스로 내린
판단을 바로 이야기하기 망설여질 때가
많았다. 머무는 곳에 분위기와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있으니까. 그러나 눈치 보고
부당함을 참는 시간이 길어질 수로
결국 힘들어지는 건 나였다.
냉정한 건 어떠한 조직도 나를 책임져 주지
않는데 망가져 가면서 까지 참을 필요 없다는
거다. 싫으면 그곳을 떠나면 된다.
의미가 있어서 참기로 했다면 개인이 판단한
만큼 버티면 된다. 어떤 판단이든
이 모든 것들이 나에게서 나온 선택이면
된다.
이렇게 힘을 채우고 나는 다시 다음 주
전투에 오른다.
눈치 보지 말고 당당해질 것.
나에겐 아주 소중한 아이템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