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 년 사이에 장애를 얻다 보니, 나에 대한 다양한 시선을 느끼고 있다. 때로는 동정 어린 눈으로, 때로는 고소하다는 눈으로, 때로는 나를 대상으로 자신들의 우월감을 채우려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이 모든 시선들 중에서도 나를 그냥 '홍뀨냥' 이라는 인물로 바라봐주는 이들이 있다. 정상인이었을 때와, 장애인이 되었을 때 모두 나를 대하는 태도에 차이가 없는 사람들. 여러 가지 시선을 경험하면서 내가 생각한 것은, 장애인에게 너무 지나친 동정은 오히려 독이라는 것이다.
"얼른 건강해졌으면 좋겠어요."
이 말과,
"어쩌다 그리 된 거야?"
이 말은 분명 의도와 차이가 있다. 나는, 나에게 안부를 물으며, "우리 모두 건강해요."라고 말하는 이의 다정함을 사랑한다.
내가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어이가 없었던 것은, 나의 장애가 과거의 실수와 잘못으로 인한 것이라는 '실언'이었다. 즉 과거의 원인으로 인해 지금의 결과가 나타난 것이라는 말이다. 심지어 이 말을 한 사람은 종교인이었다. 나는 그때 너무 황당해서 아무 말도 못 했는데, 차를 타고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는 남편 옆에서 씩씩댔다.
"나처럼 착하게 살아온 사람이 어딨 다고!"
물론, 털면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나 또한 완전무결하지 않다. 그럼에도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나의 상처 보다도 타인의 상처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던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런 내가, 일부러 의도를 갖고 타인에게 상처를 주려고 했을까.
'부메랑 효과'라는 말이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면 결국 그 상처가 나에게 돌아온다는 거다. 하지만 장애에 있어서는 나는 그 효과가 통하지 않는다고 본다.
장애는 사고고,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사람이, 갑자기 장애를 가지고 내 앞에 나타날 수 있다. 장애에 '인과응보'를 말하는 것은 장애인에게는 또 다른 상처다.
나를 두고, 학교나 친목을 위한 모임에서나, 친척들 사이에서도 갖가지 말이 나왔다.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은 적어도 나에게는 거짓이었다. 나 역시 처음에는 그 모든 시선과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조금씩 그 마음을 헤아리고 들여다보며, 그중에서도 진심으로 나를 위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 발 아프지는 않아요?"
학교에서 학생들은 나에게 걱정하며 묻는다. 보조기를 차고, 절뚝이는 내가 불안하면서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간혹 "왜 다쳤어요?"라고 묻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안에는 궁금증대신 걱정이 더 크게 자리한다. 나는 학생들에게는 구구절절 설명하기보다는 웃으면서 대답한다.
"사고로."
그럼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묻는다.
"큰 사고였어요?"
"음. 그렇지."
"언제 나아요?"
"오래 걸릴 거 같아요. 선생님도 얼른 낫고 싶다."
그럼 대부분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 선생님이 사고로 많이 아프구나. 아이들은 이게 전부다. 그 누구도 선생님이 잘못해서 아프구나, 안 됐다, 불쌍하다.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학생들의 담담한 걱정에 늘 감사하다.
사실 복직 전에,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장애가 있어요.'라고 사실대로 이야기할까 깊게 고민했었다. 정말 많이 고민했지만, 나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는 대신 '선생님은 몸이 조금 아파.'라고만 이야기하기로 했다. 그리고 우리 학생들은 나를 학교의 다른 선생님들과 마찬가지로 '그냥 선생님'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인다.
남편 또한 나를 정상인처럼 대할 때가 있다. 무의식 중에
"자기야, 저것 좀 해줄래?"
이렇게 말하다가, 내가 한 손으로 낑낑대는 모습을 보자 아차 싶었는지
"앗! 아냐! 내가 할게, 하지 마!"
하고 급하게 뒷말을 외친다. 결국 그 일은 남편이 마무리하게 되지만, 나는 남편이 나를 이전과 같이 대해 주는 것이 좋다. 덕분에, 못할 거 같은 일들도 어떻게든 시도해서 해낸 경우도 많다.
이전에 농담으로 남편에게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거 아냐?'라고 묻자 '강하게 키워야지.'라는 말이 돌아왔다. 서로 웃자고 주고받은 말이지만, 정말로 장애를 갖게 된 초기에 비해 내 마음은 많이 당당하고도 단단해졌다.
지나친 걱정과 동정보다 차라리 무관심이 좋다. 모든 장애인이 그런 것은 아니겠으나, '장애'로 인해 구분 짓고 선을 긋는 것보다는 그냥 같은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의 일부로 받아주었으면 한다. '장애를 가진' 누군가로 정의하기보다는. 그저 누군가의 친구로, 가족으로, 아내로, 선생님으로. 그냥 '홍뀨냥'으로. 그렇게 기억해 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