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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냥 Feb 20. 2024

선생님, 빨리 나으세요.

나도 빨리 낫고 싶어.

  "아직 몸이 좀 편찮으신가 봐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장애가 티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이 늘 앉아서 제자리를 지키고 있을 수는 없는 법. 학교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일을 하다 보면 때때로 친분이 크지 않은 동료와 마주칠 때가 있다. 가벼운 스몰 토크를 살짝 나누고, 스르르 사라지고 싶은데. 내 몸은 바쁜 내 마음만큼 따라 주지 않는다.


  그리고 어김없이 들려오는 말.


  사실 나도 뇌부종이 이렇게 나를 오랜 시간 동안이나 괴롭힐 줄은 몰랐다. 어쩌면 평생 품고 살아야 할 무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언제 다 낫는지 등의 물음에 쉬이 대답하기가 어렵다.  당장 내년일지, 5년 뒤일지, 아니면 평생 낫지 않을지 나 역시 가늠이 되지 않는다.


  어른들보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은, 늘 내게 질문을 쏟아붓는다. '안 아파요? 왜 다쳤어요? 사고예요? 언제 나아요?' 아이들에게 장애인의 이미지가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 지는 모르겠다. 학생들의 눈에 나는 그저 잠깐 다친 선생님으로 비치는 것 같다.


  나 역시 내일이라도 학교 복도 끝에서 끝까지 전력질주를 하고 싶다. 아이들과 나의 기대에 부응해 금방이라도 괜찮아지고 싶다. 하지만 어쩌지, 아무래도 내가 앓고 있는 병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은데.


  아이들은 언제나 내게, '선생님, 빨리 나으세요.'라고 말한다. 새까만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자신의 말에 선생님이 힘을 낼 거라고 믿는 순수함이 기쁘다.


  빨리 나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재활치료도 꾸준히 받고, 약도 잘 먹고, 물도 많이 마셔야지. 웬만한 일에는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내면의 힘도 단단히 키우자. 그래서 언젠가 정말 괜찮아지는 날이 온다면, 학생들에게 말하는 거다.


  "덕분에 괜찮아졌어."


  이렇게 말하면 학생들은 또 눈을 반짝이며, '이제 안 아파요?'라고 할 거다. 정말, 상상만 해도 기쁘다. 빠른 시일 내에 상상 속 이미지가 현실로 펼쳐졌으면 좋겠다.


  이제 곧 개학이다. 아쉽게도 내 몸은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  그래도 더 나빠지지 않은 게 어딘가 싶어, 슬그머니 고개를 든 마음의 욕심을 꾹 눌러본다.


  올해에도 학생들의 응원과 격려를 양분 삼아 힘내야지. 그리고 내가 받은 에너지를 학생들에게 더 크게 돌려줘야겠다. '선생님 빨리 나으세요.'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으니까. 나는 수많은 시선 속에서도 꿋꿋이 힘내고 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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