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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베디히 Feb 25. 2022

#5. 이것은 한 줄인가, 두 줄인가

임신 피검사수치 60

임신 피검사 전에 집에서 해본 임신테스트기

3개의 배아이식을 하고 임신여부 피검사를 기다리는 약 10일간 아무래도 집에서 안정을 취하는 시간이 많다보니 여러 블로그 글도 많이 찾아보게 되었다. 


누워있는 것이 좋다더라,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 낫다더라, 착상에 좋은 음식은 이런저런 것이 있다더라 하는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났다.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이 있어서 그 내용을 참고하고 필요한 외출은 하면서 지냈다. 남편이 피검사 날 이틀 전에 독일로 돌아가는 날이어서 이번 시술의 결과를 알지 못하고 가기 때문에, 혹시 모를 다음 시술에 대비하기 위해 정자동결도 병원에 문의하여 떠나기 전에 진행했다. 어딘지 알려주려고 정자채취를 하는 공간에 들어갔다가 문이 열려있어서 보게 되었는데 푹신해보이는 소파같은 의자와 큰 TV, 그리고 연결된 컴퓨터 모니터 등이 보였다. 그렇게 각각 문이 달린 공간이 4~5개 정도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조용히 문을 닫아주고 대기실로 멀리 나왔다.


그리고 며칠 후 동결된 정자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서는 병원에 와야 된다고 해서 다시 방문하여 정자의 수, 운동성 등 다양한 정보를 들었다. 보통 한 번 동결하면 약 세 번의 시험관시술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선생님은 말씀하셨다. 이 정자를 쓰게 될 날이 올까, 그렇지 않을까. 

 



남편 출국일에는 내가 운전을 해서 공항에서 배웅을 했는데, 사실 이 날 아침 일찍 나는 궁금한 마음에 임신테스트기를 해보았다. 설명에 나온 3~5분 이내에 봤을 때는 분명 한 줄로 보였다. 그런데 한 두 시간 지나고 보니 아주아주 희미하게 한 줄이 더 보이는 것 같은 것이다. (테스트기 설명서에는 시간이 지나고 보이는 두 줄은 정확한 것이 아니라고 나와 있다). 블로그에서 읽었던 '매직아이'였다. 매직아이 보듯이 보면 보이는 것 같다는 바로 그 두 줄. 상상력에서 오는 힘인지, 뭐가 정말 나타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한 줄 같은 두 줄. 남편에게 보여주고 둘이 그냥 씨익 웃으면서 피검사결과를 기다려보자고 했다. 그렇게 독일로 남편을 먼저 보냈다. 




드디어 피검사 날이 되었다. 예약된 오전시간에 가서 채혈을 하고 담당선생님을 뵈었다. 결과는 점심때 즈음 전화로 알려준다고 하였다. 


"피검사 수치가 100이상이 나오면 정말 좋은데 말이죠."

사전에 찾아보니 20이상만 나와도 임신수치이지만 좀 더 높게 나오면 더 확실한 것 같았다. 


"혹시 열흘동안 배가 콕콕콕 쑤신다거나하는 증상 있으셨어요?"

그런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아서, 아니요 했더니, 선생님은 다시 물으셨다. 


"그럼 혹시 감기가 걸린 것 같다거나 열이 나는 것 같은 증상 있으셨어요?"

"글쎄요, 잘 생각이 안나네요."

"그게 임신초기 증상일 수 있거든요." 


임신초기 증상? 그 말씀을 들으니 거짓말처럼 갑자기 생각이 났다. 배가 콕콕콕했던 것 같은 느낌들, 약간 열이 나는 것 같아서 옷을 얇게 입어서 그런가하고 무심히 지나쳤던 순간들이. 


"아, 선생님! 그러고보니 그런 증상이 있었네요. 있었어요."




그렇게 선생님을 잘 뵙고 집에 돌아와서 핸드폰을 보고 또 보고 또 보기 시작했다. 

점심도 먹지 않고 핸드폰만 계속 확인하던 그 때, 드디어 병원 전화번호가 뜨고 전화가 왔다. 


"OOO님, 오늘 수치가 60이 나왔어요."

60? 선생님이 100이상이 나와야 좋다고 하셨는데, 60?


"이틀 후에 다시 피검사를 하러오세요. 오늘 수치가 100이 넘지는 않았지만 이틀 후에 검사해서 그 날 수치가 2배 이상 오르면 괜찮아요."


60이라는 숫자를 받아들고 나는 기뻐해야 할지, 어떻게 해야할지 가늠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검색으로 알게 된 20이상이면 임신이라는 정보를 애써 위안삼으며 남편에게도 이 수치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내 자궁에서는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래도 60이라는 수치는 배아가 자궁에 착상을 했다는 의미겠지...


그렇게 이틀의 기다림이 다시 시작되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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