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난소과자극증후군
1차 시술이 20개의 난자채취에서 0개의 배아로 끝나고 난 후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 과정에서 항상 성심성의껏 상담해주시고 전화로도 자세히 설명을 해주셨던 담당의사선생님이 좋은 인상으로 남았다. 그리고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난임클리닉을 통해 시험관센터와 연결되는 방식이 아닌 센터와 바로 연결되는 것을 원했던 우리 부부는 그동안의 정보를 난임클리닉에 요청하여 센터에 인계하고 2차 시술은 센터와 바로 진행하기로 했다.
다시 만나 마주앉은 담당선생님은 나에게 1차 시술의 결과에 대해서 아쉬운 마음을 함께 나눠주셨고 2차 시술에서는 센터의 노하우를 담아 새로운 계획을 세우겠다고 하셨다. 1차에서 20개의 난자가 채취된 것은 고무적인 결과였지만 배아가 만들어지는 데까지 이어지지 못했고, 2차에서는 난자채취의 개수는 줄어들 수 있어도 난자의 질을 높여서 배아생성까지의 확률을 높여보자고 하셨다.
1차에서는 고날에프와 메노곤(=Menopur)이라는 주사제를 주로 사용했었다. 이는 난임클리닉에서 처방해준 것이었고 2차는 센터와 독립적으로 진행하니 다른 계획이 나왔다. 우선 레트로졸이라는 먹는 약이 처방되었고 메노곤 주사제만 사용하게 되었다.
또한, 선생님 추천으로 난자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하여 여성종합비타민 페미비온 1과 오메가3, Q10, 비타민 D를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몸을 좀 만들어서 2차 시술은 1차 시술에서 약 3개월 후에 하기로 했다.
다른 블로그 글에서 보면 주사 후에 배가 아프거나, 멍이 많이 들거나, 직접 주사하기 어려워서 남편의 도움을 받거나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였다. 다행히도 나는 직접 배주사를 하는 것이 힘들지 않았고, 다른 부작용도 없었다. 그래도 매번 내 배에 주사바늘을 찔러 넣는 것은 마냥 담담하게 느껴지는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차 시술의 난자채취일이 다가왔고, 한 번 해보았다고 좀 더 차분한 마음으로 모든 과정에 임할 수 있었다. 대기시간도 1차에 비해서는 훨씬 짧았다.
9개의 난자가 채취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2개의 배아를 이식할 수 있었다. 난자채취 후 이틀 만에 이식을 했는데 한국에서는 보통 3일배아, 5일배아에 대한 글을 주로 보아서 이틀 만에 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난소과자극증후군으로 배가 엄청나게 불러와서 꽤 고생을 했다. 난자 20개가 채취된 1차 시술에서는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9개의 난자채취를 한 2차에서 증상이 나타날 줄이야. 배가 터질 것 같이 불러오길래 센터에 가서 진료를 보니 난소과자극증후군이라고 했다. 그리고 낫는 방법은 그저 매일 물을 아주 많이 마시는 것. 그리고 잘 쉬는 것. 안그래도 배가 불러서 헐떡이는데 물을 계속 마시는 일은 정말 고역이었다. 그래도 낫기 위해 꾸역꾸역 열심히 물을 마셨다.
임신수치를 보는 피검사 날이 다가왔다. 예약된 아침시간에 가서 채혈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후에 센터에서 전화를 받았다.
...
"잘 안되었네요. 아쉽습니다..."
...
이식한 2개의 배아는 착상을 하지 못했고 조용히 이별을 고했다.
눈물이 나진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무거웠다.
남편은 우리 둘이서도 재밌게 잘 살 수 있다고 위로를 했다.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다시 도전할 수 있을까? 다시 하면 될까? 정말 안되면 어떻게 해야하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