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베디히 Feb 17. 2022

#3. 1차 시술, 난자채취 20개

그리고 그 결과

집에 와서 옷 갈아입으면서 보니 가슴 팍에 붙어 있었다. 마취할 때 쓰는 것인 듯.

아침 일찍(8시 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센터에 도착해서 등록을 하고 기다렸다. 남편은 정자채취를 해야 하는데 코로나로 대기공간이 구분되어 있어서 함께 있지 못하고 조금 떨어진 다른 대기실로 가야했다.




내 이름이 불리고 나는 작은 침대 3개가 놓여진 공간으로 안내되었다. 우드톤에 나무가 내다보이는 큰 창도 있어서 아늑한 분위기였는데, 침대에는 내 이름과 생일 등의 기본정보가 적힌 작은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나중에 보니 침대에 누운 상태 그대로 시술실로 데려가는 시스템이었다.


내가 들어간 공간에는 이미 2명이 각각의 침대에 앉거나 누워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중으로 보였는데 이름이 불리고 나갈때까지 내내 독일어로 얼마나 쉬지않고 얘기를 하는지 나는 귀마개를 가지고 오지 않은 것을 정말 후회했다.


조용히 해달라고 말할까 여러 차례 고민했으나 괜히 분위기만 싸해질 것 같아서 그냥 누워서 눈을 감고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그동안의 경험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은가보다. 대충 들어보니 지난번에는 어땠는데, 이번에는 이럴 것 같고 그런 얘기인 듯 했다. 아이를 원하는 마음은 다 같을테니, 누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면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커질테니...그래 얘기들 나누시오...




금방 내 이름이 불릴 줄 알았는데, 한 명이 먼저 나가고, 또 다른 한 명이 나가서 나 혼자 남을 때까지 2시간이 훌쩍 넘어버렸다. 아마도 이 날 시술 대기자가 유독 많았던 것 같다. 내가 있던 공간 말고도 침대 2개~3개가 있는 공간들이 무척 많았는데, 그 안에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이 많았었나보다.


드디어 내 침대가 시술실 앞 대기공간으로 이동했을 때 그 곳에 걸린 벽시계를 보고 12:30pm 이라는 것을 알았다. 한 쪽 팔에 마취약을 넣기 위한 작은 관을 끼우고 침대에서 내려 시술실로 걸어들어갔다.


사전에 안내받은 내용으로 편한 원피스를 입고 갔는데, 독일 병원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처럼 원피스나 가운 형식의 환자복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필요한 안내였다.


그 다음에는 시술 의자에 눕고, 마취를 한다는 말을 듣고, 마취에서 깨보니 난자채취는 모두 끝나있었다. 다시 침대로 가서 눕고 내가 있던 공간으로 침대를 밀어서 데려다주었다.




1시간 정도 안정을 취하던 중에 담당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결과를 말씀해주셨는데, 난자가 20개 채취되었다고, 독일에서는 18개 이상이 채취되는 경우 난소과자극증후군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고 말씀하시면서 집에 가서 물을 매일 2~3리터씩 마셔야 한다고 했다.


20개면 배아가 만들어질 확률도 높아질 것 같아서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


며칠 후 센터에서 받은 전화에서는, Tut mir leid(I am sorry)와 Null(0)이라는 말이 들렸다. 결과를 고대하고 있었고 남편이 스피커폰으로 해주어 함께 들었는데 그러했다.




20개가 0이 되다니... 허무했다.

그 날은 그냥 멍...했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뭐 어쩌겠는가.

한 번 더 해보자하는 마음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2. 갑자기 한 달을 더 기다리라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