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
독일에서 2차에 걸친 시험관시술이 실패로 돌아간 후 많은 생각 끝에 한국에 가서 해보기로 결정했다. 몇 년 전에 냉동해놓은 난자가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고 무엇보다도 한국의 기술이 좋다는 얘기는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준비를 해보자. 무엇부터 해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언제 입국할까?
남편은 언제 입국하면 좋을까?
생리주기와 맞춰서 진료일정을 잡아야 할까?
첫 시험관 시술은 언제 가능할까?
이번에 한국에 가면 얼마나 있게 될까?
국가지원은 받을 수 있을까?
냉동한 난자로는 몇 번의 시술이 가능할까?
잘 되면 정말 좋지만 잘 안될 경우에 신선난자로 시험관시술을 또 시도할까, 어떻게 해야할까?
사실 나는 언제든지 가도 상관이 없는데, 지난 경험에 비추어보면 생리가 시작되고 보통 그 다음날 초음파를 보고 과배란주사를 시작하니까 생리주기를 맞춰서 가는게 필요할 것 같은데, 냉동한 난자로 시술을 하려고 하니까 과배란주사는 필요가 없을거고, 생리주기와 연관이 있을 것 같긴 한데 아, 모르겠다.
남편은 3주 정도 휴가를 낼 수 있다고 하는데, 같이 들어가면 좋겠지만 시술일정이랑 안 맞으면 애매할 것 같고, 물론 정자냉동도 가능하다고 듣긴 했는데 가능하다면 일정을 잘 맞춰서 난자를 해동해서 수정하는 날 남편이 있으면 더 좋을 것 같았다.
그리고, 연령에 따라 다르지만 난임부부 지원사업에 따라 국가에서 지원해주는 금액이 신선배아는 회당 90~110만원이고, 동결배아는 40~50만원인데 지원대상에 보면 부부 중 최소한 한명은 주민등록이 되어있는 대한민국 국적 소유자(주민등록 말소자,재외국민 주민등록자는 대상제외)이며 부부 모두 건강보험 가입 및 보험료고지 여부가 확인되는 자라고 나와있다.
보건소 홈페이지를 주로 검색했었는데, 내가 알아볼 때는 재외국민 주민등록자는 대상제외 내용이 없는 곳도 있었고 부부 중 한 명만 건강보험 가입이 되어 있으면 된다는 곳도 있었다. 한참 알아보다가 한국에 가서 알아보면 확실히 알게 되겠지하고 이 부분은 우선 그냥 넘겼다. 지원이 안된다고 안 할 것은 아니었기에.
10개가 넘는 난자가 냉동되어 있는데 한 번에 다 녹여서 수정하는 걸까, 녹일 갯수를 부부가 결정할 수 있는 걸까.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있는 냉동된 난자를 모두 사용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까. 한국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될 때까지 해볼거야라고 미리 마음먹고 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가서 해보고나면 갈피가 잡히겠지 생각하며 우선 사전에 병원에 전화를 해서 물어볼 수 있는 것은 다 물어보자 싶었다.
앗, 복병은 따로 있었다. 상담해주시는 분에 따라 내가 궁금해하는 부분에 대한 답변이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물론 비슷한 부분들도 있었지만, 많은 부분 내가 판단해서 결정해야 하는 것이 많았다. 한 분과 상담한 후 궁금한 점이 더 많이 생겨서 다시 전화를 걸고 다른 시간에도 전화를 해보고 했었다. (Skype를 사용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일반전화를 걸 수가 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만난 한 분이 아주 명쾌하게 설명을 해주셨고, 상담 내용 전체에 대해 이해가 되고 신뢰가 가서 얼마나 감사인사를 많이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해서 나는 월말에, 남편은 그 다음달 중순에 입국을 결정했고, 이에 따라 비행기 표도 사고 영사관에 격리면제신청서를 접수해서 입국 전에 허가를 잘 받고 한국에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돌발변수는 한국 입국 후에 여러 차례 찾아왔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