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붕이 오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시험관시술을 위해 입국했다. 그리고, 의사선생님께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기도 했고, 앞으로의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기도 했기에 진료예약을 입국 바로 다음 날로 해두었었다.
그런데 입국한 날 병원에서 받은 카톡 안내글을 보고 나는 멘붕이 왔다. 격리면제서를 받고 입국했더라도 병원 방침상 입국 후 14일이 지난 후에 병원에 방문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사전에 온라인으로 홈페이지에서 진료예약을 할 때만해도 이러한 안내를 확인할 수 없었고, 당연히 격리면제를 받기 때문에 바로 진료를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입국한 날 검사를 해서 다음날 오전 음성이 나와야 외출이 가능하지만)
정말 고민을 많이해서 나의 입국일정, 남편의 입국일정을 정했고 병원진료가 바로 안된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였기 때문에 시술일정도 꼬일까하는 염려가 되었다. 비행기를 타고 긴 여행을 하게 되면 생리가 조금 일찍 시작되거나 늦게 시작되는 경우도 있어서 이것도 일정에 영향이 있을까 걱정이 됐다.
사실 이도저도 안되면 나는 다음 생리주기를 기다리면 되고, 남편은 정자냉동을 해 놓고 원래의 귀국일정대로 다시 독일로 들어가면 되지만 왠지 사전에 계획한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다행(?)히도 입국 후 14일이 되던 날 생리가 시작했고, 그 다음날 병원에 방문하여 진료를 볼 수 있었다. 독일에서의 모든 검사결과를 사전에 요청해서 우편으로 모두 받아서 가지고 왔었고 진료할 때 제출하여 병원에서는 사본을 만들고 원본을 돌려주었다. 당연히 모든 문서가 독일어로 되어 있지만 대부분의 검사들은 용어가 비슷하고 알파벳 표기가 많기 때문에 병원에서 확인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독일에서는 하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필요한 몇 가지 추가 검사가 있어서 채혈도 했다.
냉동한 난자를 가지고 시험관시술하기 위해 온 것이라서 당연히 그렇게 진행될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새로운 제안을 해주셨다.
"AMH 수치도 괜찮고, 여러가지로 보았을 때 신선난자로 먼저 한 번 진행해보시면 어떨까요? 냉동한 난자는 정말 마지막 카드로 남겨놓구요."
"네?"
"포커를 할 때 조커는 먼저 내지 않고 나중에 내기 위해 가지고 있잖아요. 냉동해놓은 난자도 마지막을 위해 가지고 있는거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어서 여러가지 질문을 했고 선생님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그리고, 시험관시술 성공률이 3~40%까지 나오고 있고 병원의 기술력에도 자신감이 있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마음이 흔들렸다.
이날은 남편이 입국하는 날이기도 해서 아침일찍 진료를 보고 커피 한 잔 마실 여유시간이 생겨 잠시 쉬다가 공항으로 가서 남편을 픽업해서 보건소에 갔다가 집에 왔다. 그리고 남편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끝에 선생님 제안대로 해보기로 했다.
다음 날 추가 피검사 결과도 다 좋게 나왔고, 첫 번째 과배란주사는 병원에서 맞고 집에서 맞을 주사제는 처방받아서 집에 잘 가지고 왔다.
...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