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혼코노도 갑니다
무더위가 가실 생각이 없는 8월의 어느 날.
아침부터 서둘러 집안일을 해 놓고 용산역에 갈 채비를 했다.
집에서 나오자마자 타이밍 좋게 신호등이 바뀌었고 뒤이어 내가 탈 버스가 오고 있다.
‘나이스! 오늘 하루 운이 좋다!’라고 생각하며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으로 갔다
역에 도착해 카드를 찍었는데 마침 내가 타야 할 당고개행이 곧 도착한단다.
오늘 정말 난 뭘 해도 되는 날이다. 마음이 설렘으로 가득 찼다.
지하철 안에는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이는 곳이기에 앉을 곳은 없었다. 평일 낮이지만 당연할 거라 생각했다. 몇 정거장을 지났을까 바로 자리가 나서 앉았다.
자리를 잡고 보니 모두가 핸드폰만 바라본다. 요즘은 핸드폰 없이 세상 살기 힘들다.
그럴 때면 나는 핸드폰을 가방에 넣어두고 사람구경을 시작한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라는 말이 있듯이 요즘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급변하는 가속화사회에 살고 있다. 다양한 일을 많이 하기도 한다.
지인에게 일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은 데 조금 쉬어야 하지 않겠냐고 이야기했더니 본인에게 휴식은 사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휴식은 별 게 없다. 잠시 눈을 감고 숨만 쉬어도 그 순간이 휴식이다.
벌 수 있을 때 많이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이 틀린 건 아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돈은 필요하다. 하지만 개인이 가진 역량에는 한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상 한계치를 모르고 달리고 달리다 보면 어느 순간 방전이 되고 만다. 방전된 줄 모른 채 계속 달리면 결국 몸은 신호를 보내게 되고 탈이 나고야 만다.
나 같은 경우 보통은 회복탄력성이 빠른 편이지만 지칠 대로 지쳐버리고 나면 회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평상시 운전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땐 웬만하면 핸드폰 화면을 보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다.
온전히 내 눈에게 잠깐의 쉼을 허락하고 쉬게 해 준다. 수많은 생각들이 떠다니지 않도록 머릿속을 쉬게 해 준다. 나는 경기도민이라 서울을 가는 날이면 무조건 한강을 마주하게 된다. 동작역을 지나면 슬슬 한강다리가 빼꼼 고개를 든다. ‘아, 한강이다.’
한강을 지나며 수많은 차들 사이로 보이는 일렁이는 물결들을 보고 있자니 그저 마음이 너그러워진다.
그 순간만큼은 평온해진다. 계절에 관계없이 언제나 아름답다.
한강을 지나는 그 순간만큼은 온전히 내 시간이고 내 것이 된다.
오랜만에 사람 많은 쇼핑몰로 들어섰다.
시즌이 끝나갈 즈음이라 그런지 여기저기 세일하는 브랜드들이 많이 보였다. 눈으로 구경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예전엔 사람 많은 곳을 피했는데 요즘은 복작복작한 그 순간들이 그리워질 때쯤 일부러 찾기도 한다.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번잡하고 시끄럽지만 그 속에 특유의 따뜻함이 있다.
음식점이나 카페에서 여럿이 모여 대화를 하는 모습이 예뻐 보일 때도 있고 가족들이 다 같이 돌아다니며 구경하는 모습에서 밝은 에너지를 느낄 때도 있다. 또 어느 날은 직장인들이 퇴근하고 우르르 나오는 시간이 있는데 일부러 그 틈에 끼어 퇴근하기도 한다. 다들 바삐 갈 길을 가느라 정신이 없지만 나는 그 안에서 알 수 없는 편안함과 따뜻함을 느낀다. 무리 속에 끼어있는 느낌도 나고 한 방향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혼자 너무 오래 있었나?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일까?
내가 외로운 건가?
사람이 그리운 건가? 별의별 생각이 다 든다.
분위기 좋은 카페에 가도 흥이 안 난다.
예전엔 혼커도 잘했는데 과거의 내가 그리운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상하다.
그렇다고 지금 느끼는 이 감정이 우울함은 아닌 게 확실하다. 그 정도는 구분할 줄 알게 되었으니까.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할 때 더 큰 성과가 나는 일도 있고, 그 안에서 관계가 발전하기도 하며 부딪히는 일이 생겼을 때 위기를 극복하고 나면 또 한 단계 성장해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한다.
수군덕거리는 수다 소리와 하하 호호 웃음도 끊이질 않는다.
생각해 보니 혼자 있으면 웃을 일이 많이 없다.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다음 날 출근하기 전까지.
어느 날은 거울을 보며 억지로 미소를 짓기도 했었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며 웃는 것도 잠시 뿐. 나에게 주어진 자유를 향유하면서도 한 편으로는 외롭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원래 인간은 같이 있어도 외롭고 혼자 있어도 외롭다.
있는 그대로 지금의 나를 가만히 바라봐 줄 수 있어 다행이다.
나의 외로움을 글로 달랠 수 있고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달랠 수 있어 다행이다.
가끔은 혼자 코인노래방에 가기도 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흥이 난다. 한 번도 안 가봤다면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