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마님을 만나다
요즘은 책에 집중이 잘 안 되는 나날이었다.
글쓰기도 잘 되지 않아 지난 추석 주에는 글 한편도 발행하지 못했었다.
영상에 빠져 다양한 장르를 보았고 핸드폰을 붙잡고 하염없이 흐르는 시간들이 늘어만 갔다.
최근 몇 주는 무언가를 갈망하듯 굶주려있었다.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했다. 나는 늘 신선한 자극을 좋아한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들을 찾아 헤맨다.
보통 그럴 때 하는 일은 도서관 가기, 서점가기, 전시회 가기, 산책하기,
새로운 동네 탐험하기, 드라이브, 음악감상 등이 있다.
여기에 가라앉는 기분과 우울함이 추가되면 코인 노래방에 간다.
나의 18번은 정해져 있다.
장혜진의 아름다운 날들을 시작으로 장필순의 나의 외로움이 너를 부를 때, 핑클의 블루레인,
김건모의 아름다운 이별 등등.
목이 풀리고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하면 S.E.S.로 넘어가기 시작해 요즘 아이돌 노래를 부른다.
추석이 지나고 추위와 함께 본격 가을이 시작되던 어느 날.
가끔 내가 어디로 향하는지도 모른 채 어디론가 급하게 갈 때가 있다.
정확한 목적지도 정하지 않은 채 일단 무작정 나아간다.
가는 길은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어느 쪽으로 가는 길이 옳은 길인지, 더 좋은 길인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그날은 서점에서 책으로 위로받고 싶은 날이었다.
조금은 먼 동네로 가보기로 결심하고 좋은 기억이었던 ‘최인아책방’ 선릉점으로 향했다.
얼마나 머릿속이 복잡했던지 한 눈 판 사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쳤다.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책방에 도착하니 여전히 세계지도가 앞에서 날 반긴다.
지난번과 같은 듯 다른 느낌으로 진열되어 있는 수많은 책들.
종류가 더 다양해졌다.
사실 세 번째 방문이었지만 최인아 대표님의 책은 쉽사리 손에 잡히지 않았었다.
나는 분명 저 책을 읽을 것이었지만 당장의 구매를 미루었었다. 읽고 싶은 마음을 아끼고 싶었다.
정말 내가 원할 때 사고 싶었다.
책을 사놓고 읽지 못한 것들도 있었지만 해가 바뀌기 전에 함께 할 책을 고르며 바로 읽기로 작정하고
그날은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라는 책을 집어 들었다.
계산을 하고 출입문을 나와 목이 말라 가져온 물을 마시고 있는데 어느 분이 나오시더니
먼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주셨다. -참고로 책방은 4층이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타는 순간 내 앞에 최인아대표님이 계신 것 아닌가.
순간 너무 떨렸지만 내가 먼저 바로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넸다.
반갑게 같이 인사해 주시는 대표님.
곧 무슨 책을 샀는지 물어보셨다.
손에 짐이 많던 나는 종이가방을 열어 책방 에디션 몇 권과 대표님의 책이 있다는 제스처를 하며
슬쩍 보여드렸다.
그러자 "이름이라도 써주면 좋았을 텐데, 어떻게 바로 나인 줄 알았어요?"라고 이야기하셨다.
나는 너무 놀라 "네! 그럼요! 오! 그럼 써주세요!" 라며 용기 있게 대답했다.
엘리베이터에선 좀 그렇고 내려서 써주시겠다고 하셨다.
우린 일층에 도착했고 메고 계셨던 백팩을 풀며 이름을 물어보셨다.
필통을 꺼내고 네임펜으로 손수 이름을 적어주신 다정한 대표님.
거듭 감사하다며 인사를 드리니 "내가 더 감사하죠."라고 말하셨다.
그분의 인자함과 겸손함이 겸비된 모습을 보니 어떤 아우라가 느껴졌다.
참 따뜻한 어른의 모습이었다.
나도 멋진 어른이 되어야지.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어야지. 스스로에게 떳떳한 어른이 되어야지.
생각했다. - 멋진 어른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이미 내 기분은 하늘을 날아갈 듯 좋아졌고 성공한 덕후 같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
마음이 벅차다. 기쁜 마음으로.
얼마 전 읽은 '행복의 기원' 책 속에는 이런 문구가 나온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나는 자주 나의 행복을 위해 작은 시도를 한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더 깊이 파보기도 한다.
내가 기쁨을 느끼는 행동이 무엇인지,
그 행동이 정말 행복으로 연결되는지.
크고 작은 기쁨들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나를 숨 쉬게 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힘을 준다.
행복한 저녁이 되었다.
새로움을 찾아 헤맨 덕분에 또 글을 쓸 수 있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