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가을

평일과 주말의 온도차

by 리븐제이

그 당시 디자이너가 되려면 영국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6주간의 과정을 밟아야 했다.

난생처음 유럽을 간다는 것에 설레었고 긴장도 되었다.

새벽엔 영어학원을 다니고 쉬는 날과 퇴근 후엔 부지런히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도 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꿈만 같았던 런던에 도착했을 당시는 10월의 어느 가을날이었다.

나는 시차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영국은 우리나라와 8시간 차이가 난다고 했다.

그때 런던에서의 많은 것들은 나에게 첫 경험으로 기억된다.

초반에 시차 적응에 실패한 나는 제대로 잠을 못 자 피곤했고 뒤척이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그 당시 나와 함께 했던 두 명의 친구들이 있었다.

우리는 빅토리아역 근처 에버리 브리지 로드에 있는 한인민박에서 두 달을 지내기로 했었다.

이모의 손맛이 어찌나 좋던지 자주 해주셨던 김치볶음밥의 맛을 잊을 수 없다.

주말이면 밥을 먹고 다 같이 집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가곤 했다.

조금만 더 걸으면 템스 강변에 다다르는데 그때의 공기와 얼굴을 스치던 찬 바람이 너무 좋았다.

주말 내내 바쁘게 일만 했던 여느 날과 달리 여유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처음으로 나에게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다.


우러러보기만 했던 세계적인 아트 디렉터들과의 만남은 설레었고 매 순간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그들에게 배울 수 있는 시간들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했다.

언어의 장벽이 있었지만 알기 쉽게 설명해 주는 그들의 행동은 나에게 감동으로 다가왔다.




매주 금요일 시험을 치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와중에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바깥으로 나갔다.


가진 것이 많지 않았던 우리는 주말이면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나가 눈이 즐겁도록 돌아다녔다.

Selfridges 백화점에서는 살 수 없는 것들 천지였지만 그래도 좋았다.

언젠가는 내가 번 돈으로 손쉽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한국 가서 디자이너로 승급하면 어떤 옷을 입고 일할 지 상상하며 비교적 저렴한 프라이마크에서

양손이 무겁도록 쇼핑을 해댔다.


또 어느 날은 빨간색 이층 버스를 타고 노팅힐로 놀러 가는 날이었다.

높지 않은 건물들이 붙어있고 아기자기한 색들이 반겼던 그곳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구름을 보며 내가 자연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빅벤과 런던아이를 내 눈에 담는 순간 런던에 와있음을 실감했고 유명 관광지를 돌아다니며

신세계를 경험했다.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음식점에서 외식을 하는 날이면 마냥 들떠있었다.

그리고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356686165245461.jpg 노팅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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