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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이 크는 나무 Feb 10. 2020

걷는 사람, 하정우

책 리뷰


평소에 얼마나 걷고 있나?


우린 평소에 얼마나 걷고 있을까? 걷는 것처럼 비용도 들지 않고 가장 쉬운 운동은 없다. 요즘은 생활 속에서 몇 보나 걸었는지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손목밴드나 어플들이 많아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쉽게 걷기를 시작할 수 있는 편한 시대이다. 그런데 잘 안 되는 것이 가장 쉬운 걷기 운동이다.


이번에 리뷰할 책은 우리들이 배우로 알고 있는 하정우씨가 쓴 책! [걷는 사람, 하정우]이다. 하정우씨는 배우, 영화감독, 영화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 그리고, 걷는 사람이라고 본인을 소개하고 있다. 하정우씨는 하루에 3만보씩 걷고, 심지어 하루 10만보까지도 걸은 적 있는 유별난 걷기 마니아로 알려진 배우이다. 강남에서 홍대까지 편도 1만 6천보 정도는 거침없이 걸어 다니고, 심지어 비행기를 타러 강남에서 김포공항까지 8시간에 걸쳐 걸어간 적도 있다고 한다. 하정우씨가 무명배우 시절부터 트리플 천만 배우로 불리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서울을 걸어서 출근하고, 기쁠 때나 힘든 시절에 골목과 한강 변을 걸으면서 스스로를 다잡은 기억들을 생생하게 풀어놓고 있는 책이 이 에세이 [걷는 사람, 하정우]이다.



조금 덜 먹고 덜 움직이기보다는 좋아하는 사람들과 이 세상의 맛있는 것들을 직접 두 손으로 요리해 먹고 두 발로 열심히 세상을 걸어 다니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하는 저자가 길 위에서 바라본 하늘, 노을, 무지개, 새벽 걷기의 쉼터이자 간이 카페가 되어주는 한강 편의점, 함께 걷는 길동무, 종일 걸은 후에 직접 요리해 먹는 단순하지만 맛깔난 음식 등 소중한 일상의 조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더불어 이 책에서 화려한 필모그래피 뒤에 숨어 있는 저자의 땀과 기도를 엿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난 평소에 하정우씨하면 배우로만 생각을 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도 제작하고, 그림도 그리고, 요리도 직접 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하정우씨를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생각도 바르고, 뭐든 열심히 노력하는 바른 사람이라는 것이 이 책을 통해서 전해졌다. 정말 다재다능한 배우였다.


몇 년 전에 기사를 통해서 하정우씨가 걷는 것을 즐겨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2011년 제47회 백상 예술대상 시상식에서 시상하러 하지원씨랑 무대에 올랐는데, 하지원씨가 남자 최우수연기상 후보에 오른 하정우씨에게 ‘만약 오늘 수상하게 된다면 어떻게 하시겠냐’고, 대국민 공약을 걸으라고 하는데, 하정우씨는 작년에 수상했는데 올해도 하겠어요? 그래서 웃으면서 대국민 공약으로 서울에서 땅끝마을 해남까지 걷겠다고 얘기했다. 설마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말을 했는데, 정말 수상을 한 것이다.


서울에서 해남까지 577km, 말 그대로 국토대장정이 따로 없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577 프로젝트’였다. 대국민 앞에서 이야기를 했는데, 어떻게든 실천은 해야겠고, 혼자보다는 여럿이 함께 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같이 갈 원정대를 오디션을 통해서 16명을 선발했다. 그래서 이것을 ‘577 프로젝트’라는 영화로 만들었다.


영화 '577 프로젝트'는 공효진씨 이외에 16명의 배우들과 함께 걸었던 577km를 의미하기도 하고, 하정우씨가 무명시절 살던 집 주소가 '577', 그리고 평소에 즐겨 찾는 퓨전 주점의 이름이 '577'이었다고 한다. 하정우씨에게 577은 많은 의미와 인연이 있는 숫자이다.



걷는 사람 하정우. 먹다 걷다 웃다


‘말 한마디에 천릿길 걷는다’! 시상식에서 했던 말 한마디로 577km의 국토대장정을 떠나게 된 하정우씨. 우리들이 평소에 쉽게 내뱉는 말 한마디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에피소드이다.


책 중간중간에 사진과 글들이 있어서, 책과 함께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16명의 원정대원들과 함께 웃으면서 찍은 사진에는 ‘나는 길 위의 매 순간이 좋았고, 그 길 위에서 자주 웃었다.’라는 글과 함께 너무 행복하고 밝아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보여서, 읽는 나에게도 그 밝음이 전해지는 듯했다.  



또, 하정우씨는 577km 국토대장정을 마치고 나면 지금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동이 있을 거라 생각을 했는데, 너무 허무하고 무기력했다고 그 소감을 전하고 있다.

‘길 끝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길 위에서 만난 별 것 아닌 순간과 기억들이 결국 우리를 만든다’. 

하정우씨는 그래서 지금도 길 위의 소소한 재미와 추억들을 모으며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고 한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무언가를 계속 이루기 위해서 도전을 하고 노력을 한다. 그런데 목표했던 뭔가를 달성하면 갑자기 허무함이 밀려올 때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내가 노력했던 그 과정들이 나에게 크고 작은 추억과 힘이 된다는 것을 알게 되는 때가 있다. 그래서 인생을 여정이라고 했나 보다. 떠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고 배우게 되고, 그래서 인생의 여정은 끝이 없나 보다.


그리고 책에는 휴식과 쉼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지치고 피로하면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런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하정우 씨는 이야기를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고,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정말 맞는 말인 것 같다. 우리는 평소에 일상에 지쳐서 주말에는 꼼짝도 하지 않고 소파나 침대와 일체가 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갑자기 일요일 오후가 되면 '내가 주말 내내 뭐했지?' 하며 허무함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친구를 만나거나 가까운 공원이라고 산책을 했다면 뭐라도 했다는 생각이 들 텐데,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방콕만 하는 건 진정한 휴식이 아니다.


그래서 일과 휴식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휴식도 계획을 세워서 해야 하고, 제대로 된 휴식이 다음을 기약할 수 있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을 준다. 하정우씨는 하와이를 진정한 쉼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 제2의 고향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도 없고, 걷기를 마음대로 할 수도 있고, 하와이에 가면 자신이 자연에 소속되어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편안하다고 한다. 하와이를 걷기 멤버들과 자주 간다고 하는데, 하와이에서 걷기 멤버들과 하루 10만 보 걷기를 한적도 있다고 한다. 10만 보면 하루에 84Km를 걸어야 하는데, 나 같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거리이다.



아침 먹고 새벽 5시에 출발해서 12시에 점심 먹고, 걸을 때는 꼭 50분 걷고 10분 휴식을 취하며, 1교시.. 2교시 이렇게 멤버들끼리 명칭을 정해서 부른다고 한다.  3만 보는 거뜬히 걷지만 5만보 이상을 넘어가면 '내가 왜 이러고 있지? 그만둘까?'라는 생각이 드는 시점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서 10만보를 완주했다고 합니다. 그때의 기억을 ‘죽을 만큼 힘든 사점을 넘어 계속 걸으면 결국 다시 삶으로 돌아온다. 우리는 아직 조금 더 걸을 수 있다’. 하정우씨는 힘든 시기가 오면 10만보를 걸었던 그 기억을 떠올린다고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힘든 시기가 있다. 그렇게 한걸음 한걸음 내디뎠던 추억으로 그것을 이겨내고 앞으로 나아가는 힘을 얻게 되는 것 같다.


하정우씨는 하와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하와이에서는 누군가의 연락을 애타가 기다릴 필요도, 다른 세상의 소식을 불안하게 서칭 할 필요 없고, 하와이에서는 나는 걷고 먹고 웃는 일에 하루를 다 쓴다’



책을 보면서 하정우씨의 요리 솜씨를 보고 깜짝 놀랐다. 아침은 무조건 한식으로 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하정우식 얼렁뚱땅 요리법을 소개하는 챕터가 있는데, 오이무침, 소고기 가지볶음, 소고기 장조림, 또띠아피자 등, 정말 못하는 것이 없었다. 직접 장을 보고 육수를 만들고 여러 가지 요리를 시도해서 자신의 요리법을 만들어 내고, 맛있는 음식점에 가면 사장님한테 물어봐서 집에서 직접 시도해본다고 한다


하정우씨는 아침, 점심, 저녁은 항상 제대로 챙겨 먹는다고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즐겁게 대화도 나누면서 걷는 것처럼 즐거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어떻게 보면 걷는 것은 나만의 사색의 시간이다. 걸으면서 나의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는 시간. 이런 시간을 일부러 갖는 것이 현실적으로 많이 힘든데, 매일 걷기를 통해서 이런 시간을 갖는 하정우씨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잘 먹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들이랑 웃으면서 걷고, 참 이상적이고 좋은 취미인 것 같다. 무언가를 할 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이랑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까? 당연한 일상에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는 것 자체가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람,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 사색의 시간 걷기


하정우씨는 평소에 호기심이 많아서 한 가지만 하는 성격이 못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변에서 너무 산만하니까 ADHD 검사를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권유를 받았던 적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배우라는 한우물만 파지 무슨 영화 제작을 하겠다고 주변에서 계속 말리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하정우씨는 ‘나는 현재 배우이자 영화감독, 제작자, 그리고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누군가에게는 심각한 결함일 수 있는 나의 특성을 각각의 직업에 맞게 녹여내고 적용하며 살고 있는 셈이다’라고 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아인슈타인, 스필버그 등 유명인사들도 ADHD 성향이 있었다고 하며, 자신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일 뿐이라고 이야기를 한다.



그래서 하정우씨는 가만히 있지 못한다고 말하는 대신 ‘가만있지 못하는 능력’이 있다고 말해야겠다고 하고, 이 능력 덕분에 배우, 감독, 제작자, 그림 그리는 사람이라는 여러 직업을 한 번의 생에 여러 가지를 동시에 하는 축복을 누리고 있다고 이야기를 한다.


우리는 평소에 나와 다른 것을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며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건 내 기준인 것이지 상대방의 인생의 기준이 아니다. 내가 걱정이 되어서 상대방에게 조언을 해주는 것이지만, 그것을 듣는 상대방이 불편해한다면 그것은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하게 된다. 그때마다 주변에서는 하는 일이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다고 걱정스러운 조언 자주 해준다. 하지만 그런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다양한 경험과 과정 속에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배우게 되는 것 같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조금 서툴더라도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그 과정 속에서 배우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하정우씨도 제작한 영화가 실패를 해서 많이 힘들었지만 여러 시행착오들을 겪으면서 무너지고 좌절하지 않는 힘을 얻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이러한 슬럼프를 많이 겪어보는 것은 실패가 아니라 경험이라고 이야기 고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이러한 슬럼프들은 본인을 더 휘청거리게 하고, 다시 일어서는 데 더 오랜 시간을 소모하게 하지만, 내가 아직 견디고 배울 힘이 남아 있을 때 찾아온 슬럼프는 실패가 아니라 나를 숙련시켜주는 선생님이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우리 모두에게 슬럼프는 언제든지 찾아온다. 슬럼프란 불운한 누군가에게 느닷없이 떨어지는 재앙이 아니라, 해가 나면 그림자가 드리우는 것처럼 인생의 또 다른 측면일 뿐이다라고 하정우씨는 책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래서 하정우씨는 머리가 복잡하거나 힘이 들 때 무조건 걷는다고 한다. 걷다 보면 머릿속으로 다양한 생각들을 하게 된다. 내면의 나와 마주하기도 하고, 걷기를 통해서 사색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티베트어로 ‘인간’은 ‘걷는 존재’ 혹인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의미라고 한다. 그래서 하정우씨는 앞으로 계속 걸어 나가는 사람이고 싶고, 어떤 상황에서도 한 발 더 내닫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계속 기도한다고 한다.


사람은 걸으면서 방황하는 존재라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다. 정말 쉬운 걷기를 통해서 우리는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모두 얻을 수 있다. 하정우씨는 이 걷기를 통해서 인생을 배워 나가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힘을 얻게 된다고 하는데, 나도 오늘부터 일상에서 걷기를 실천해야지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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