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건
<길 위에 묻다>
나는 깨닫는다.
모든 것은 움직이고
모든 것은 지나간다는 것을
끝을 알 수 없어 두렵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이 밤, 이 고요가
나를 더 단단하게 해 준다는 것을
by 이은
하나를 넘으면 다른 하나가 기다린다.
또 하나를 넘으면 또 다른 하나가 기다린다.
끝이 있을 것 같아 한 걸음 디뎌보지만
늘 다음을 품고 있다.
저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나가 가면 다른 하나가 찾아오는
지금의 내 마음에도 언젠가는
밤 한강처럼 고요함이 찾아올까?
부모가 된다는 건
막막함과 불안함, 두려움을 견디는 일이다.
"뭘 어떻게 해줘야 하는 걸까?"
"내가 몰라서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되는 걸까?"
"이게 아이를 위해 맞는 선택일까?"
변화의 속도에 뒤쳐지는 엄마와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
확신이 없는 엄마는
잘하고 있는 걸까?
언제나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묻는다.
아이가 어렸을 땐
방법을 알려줄 수 있었고
대신해 줄 수도 있었다.
견디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아이의 세상이 점점 넓어질수록
친구 관계, 학업, 진로, 마음의 방향까지 내가 대신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사실과 힘들어하는 아이를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아픈 일이었다.
부모가 된다는 건
곁에서 함께 걸어주는 것이다.
막막함과 불안함, 두려움은 부모만의 감정이 아니다.
아이도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세상을 처음 살아가는 중이다.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잘하는 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먼 미래를 결정하라는 어른들의 말은
얼마나 무겁고 모호할까
아이도 막막하고 불안하고 두렵다.
귀 기울여 이야기를 들어주고
같이 고민을 나누는 사람,
변화하는 세상
함께 배우는 사람,
힘들 때 같이 울어주고
지금도 잘하고 있다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며
곁에 같이 있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마음은 조금 덜 무거울지도 모른다.
같이 실수하면서
같이 흔들리면서
포기하지 않고
곁에서 함께 걸어가는 것
그것이 막막하고 불안한 아이에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일이 아닐까 싶다.
부모가 된다는 건
용기 내어 내가 변하고
아이와 함께 나도 성장하는 일이다.
부모의 삶은 누구나 처음이다.
나는 여전히 불완전하고 서툴지만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변화의 두려움 속에서도 용기를 내고,
더 많이 배우며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
낯선 세상과 낯선 감정 안에서
지난 시간 속 나를 비우고
새로운 나로 채우며
아이와 함께 나도 자라고 있다.
조금씩 더 좋은 부모가 되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