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목화>
하얀 레이스 치마 입은 소녀
목화야
핑크빛 꿈 많은 소녀 목화
솜처럼 따뜻한 품을 가진 목화
피고 지는 긴 아픔 속에도
단단한 가지 끝에
언제나 따스한 품 내어주는
나의 어머니
목화
by 이은
순백색의 청초하고 깔끔한 꽃이었다가 늦은 오후 파스텔톤의 핑크색 꽃이 되고 그러다 시들어지는 꽃, 목화
목화꽃의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한다.
어렸을 때 나는
엄마가 미웠다.
"첫째니까 네가 잘해야 동생들이 잘 돼."
"졸업하면 취직해서 집에 보탬이 되어야지."
"큰 언니 좀 본받아라."
딸 셋 중 첫째였던 나는
첫째라는 말이 너무 무거웠다.
내 중심으로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에
동생들에게 미안함도 커서
그땐 그 모든 환경을 회피하고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내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
자신을 가두고 살았던 나는
그 시절 엄마를 제대로 보지 않았다.
내 엄마는
8남매 중 첫째 딸이었다.
집안일에 밭일까지 돕느라
공부를 제대로 못 하셨다고
자기도 꿈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였을까?
나와 자신을 동일시하며
대신 꿈을 이뤄주길 바라셨던 걸까?
아이를 낳고 기르며
내가 엄마가 되어보기 전까지 나는 엄마를 돌아보려 하지 않았었다.
그저 내게 부족했던 것
채워주지 못했던 것만 바라볼 뿐
엄마도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것을
한 시절을 살던 꿈 많은 여자였다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었다.
내가 엄마가 되고
엄마처럼 아이 셋을 키우며 살아보니
지금에서야 비로소 엄마가 보인다.
자식들을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겠다고
낯선 곳에 올라와
나보다 더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된 내 엄마
그 삶이 얼마나 막막하고 두려웠을까
매일 새벽에 일어나
하루 도시락 6개씩 쌌던 엄마
일하면서도 하교 시간이면
손수 만든 간식 꼭 챙기던 엄마
서서 밥 먹던 엄마
집에서도 땀수건이 흠뻑 젖는 엄마
삶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누구 하나 돕는 사람 없고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껴지는 순간들 속에
차갑기만 했던 딸
얼마나 외로웠을까
어릴 땐 보이지 않던
엄마의 고단함과 외로움
삶의 무게가 나를 아프게 한다.
자신을 내려놓으며 나를 키운 사람
엄마라는 이름 뒤에
자신의 삶을 밀어놓고
가족을 위해 살았던 여자
가슴이 먹먹해졌다.
소녀
엄마
어머니
여자
나보다 한없이 작아진 엄마
나보다도 겁 많은 어린애 우리 엄마
아직도 내 걱정뿐인 내 엄마
성실한 울타리로 내 곁을 지켜준
당신이 있었기에
뿌리 깊은 나무로 곁에 있어준
당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며
막막하고 외롭고 고단했을
그 시절 내 엄마에게 다가가
고맙다고 괜찮다고 충분하다고
안아주며 토닥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