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가 어렵다
<사랑, 너라는 우주>
너는 나의 우주
나의 세계
너를 바라보는 순간
끝없는 은하수 별들이 쏟아진다
가장 빛나는 나의 별
내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
오로라 아름다운 대화
사랑은
검은 허공을 가득 채우는 빛이 된다
by 이은
아이가 태어나 '엄마'라는 이름표를 얻고 내 인생을 살아온 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젠 엄마로서의 삶을 빼면 내 인생을 설명할 수 없다. 엄마로 산다는 건 무엇일까. 엄마로 사는 일은 지금도 내겐 어렵기만 하다.
엄마로 산다는 건 자기 안의 낯선 감정들을 마주하고 받아들이는 일이다.
감정의 기복이 그다지 크지 않고 차분한 성격의 내게 이런 모습이 있었다니 스스로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있다. 내 안의 낯선 감정이 아이와 함께 지내다 보면 솟구쳐 나올 때 그렇다. 이름을 수차례 부르고, 같은 말을 계속하는 앵무새가 될 때, 온종일 '하지 마'라는 말만 내뱉을 때, 내 안 깊은 곳에서부터 불 뿜는 용이 모습을 드러낸다.
조금만 더 참을 걸,
애들이 다 그렇지 이게 그렇게 화를 낼 일이었나
후회스러운 마음과 놀라있는 아이를 볼 때 미안한 마음, 화를 낼 때의 내 표정과 모습이 나답지 않다는 생각으로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진다.
"엄마가 조금 힘들어서 그래."
"엄마가 지금 기분이 여기까지 안 좋아. "
아이에게 내 기분을 설명하며 나 또한 감정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다. 아이가 어렸을 땐 혼자만의 푸념이었지만 대화가 되는 요즘은 아이도 엄마의 감정을 배우고 조절하려는 것이 느껴진다.
엄마로 산다는 건 관계 속에 서툰 나와 마주하고 변화하는 일이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아이를 매개로 여러 관계가 형성된다. 관계 맺음이 서툰 내게 아이를 둘러싼 관계는 숙제 같다. 반모임이 있다고 하면 갈까, 말까, 가야 하는데, 꼭 가야 하나부터 가면 무슨 말을 해야 하지, 내가 교사인걸 알면 불편하겠지 하는 생각들이 먼저 앞서고 가기 전부터 에너지는 이미 소진된다.
큰 아이 반모임에서 엄마 소개를 할 때였다.
"누구 엄마예요. 우리 아이는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 밴드부 활동을 하고 있고 요즘 기타에 관심이 많습니다. " 스타트가 이렇다 보니 다음 소개도 아이 이야기로 이어졌고 소개가 끝났을 땐 우리 반 친구를 모두 알게 된 느낌, 모두 다 내 자식 같은 느낌, 아이를 같이 키우는 느낌에 따뜻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내가 먼저 아이를 소개한다. 관계 안에서 나답게 서는 일을 배우고 나니 엄마들 사이 어색한 만남도 피하거나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엄마로 산다는 건 나를 내려놓고 너를 기다리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엄마가 되기 전 나의 하루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로 가득했다. 엄마라는 이름표를 얻은 순간 내 삶의 중심은 내가 아닌 너에서 시작했다.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했고 내가 좋아하는 일보다 네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춰 살아야 하는 일을 내가 없는 희생이라고 생각했다.
"엄마, 도덕시간에 선생님이 결혼할 사람? 했는데 애들이 다 결혼 안 한데. 나는 결혼도 하고 아기도 낳을 건데."
"그럼 그래야지. 엄마가 태어나 가장 잘한 일이 너희를 낳고 키운 일이야. 가장 가치로운 일."
건강하게 자라는 아이를 볼 때,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을 거라는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나를 내려놓는 일이 희생이 아닌 나보다 더 큰 존재를 품으며 사랑을 더 깊이 배우고, 내가 성장하는 가치로운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엄마로 산다는 건 내겐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엄마로 사는 일이 완벽하지 않아도 서툴고 흔들려도, 넘어지고 실수해도 그 안에서 아이와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단단한 나를 만들어 가는 더 큰 사랑임을 알기에 앞으로 내게 주어질 시간들이 조금은 덜 두려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