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먼저 안아주세요
<따뜻한 포옹>
나를 안아주는 시간
숨 가쁘던 하루를 멈추고
눈을 감는다
바람의 스침
낙엽의 향기
보랏빛 내 마음
울어도 괜찮아
소리쳐도 괜찮아
지쳐 쓰러져도 괜찮아
가을 밤
근사한 별 하나
내게로 온다
by 이은
한 때 나의 출근길 동반자였던 <윤대현의 마음 연구소>. 부드럽고 온화한 음성으로 세상 사는 이야기와 심리 처방전을 전해주셨던 서울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윤대현 교수님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침에 눈 떴을 때 첫 느낌, 스스로가 근사하게 느껴지세요?"
'그럴듯하게 괜찮거나 썩 훌륭하다'는 뜻으로 내가 나를 마음에 들어 하며 썩 괜찮다고 느끼는 상태의 '근사함'. 내가 나를 근사하다고 느꼈던 적은 있었나?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근사함이 사라진 마음은 충전될 수 없고 계속 방전만 되기에, 뇌의 에너지가 다 타버린다. 뇌를 끊임없이 작동시키다 보니, 뇌에 피로 현상이 찾아오는데 이를 소진증후군(burnout syndrome)이라 한다. 이렇듯 소진된 개인이 모이면 피로 사회가 된다. 또 역으로 피로한 사회는 개인을 소진시킨다.
-<일단 내 마음부터 안아주세요>에서
현대판 화병이라고도 불리는 소진증후군의 증상을 짚어 보면, 깊은 잠을 못 잔다. 집중력이 떨어지고 건망증이 생긴다. 짜증이나 화가 난다. 다음 심리적 회피 반응이 나타나 다 때려치우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은 마음이 들고, 길어지면 행복에 대한 내성이 생겨 이전에 즐겁고 행복했던 일들이 더 이상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땐 하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분노가 줄어든다고 이 책은 말해준다.
"당신은 놀아야 합니다."
"너 하고 싶은 것 다 하면서 놀아!"
'그동안 열심히 살았으니까 놀아도 돼!'라고 허락받는 말, 당당하게 놀 수 있는 말, 누군가로부터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뭘 하고 놀아야 할지 모르겠다.' 놀 힘조차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혼자 있는 시간 그냥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몇 시간을 앉아있거나 누워있었다. 처음에는 그렇게 흘려보내는 시간들 속의 나를 자책하고 이래도 되나 후회하며 나를 못살게 굴었다.
브런치를 만나 글을 읽고 글을 쓰며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멈춰있는 것만 같은 시간들 속에서도 나는 자라고 있고 단단해져가고 있다. 더 오래 더 멀리 가기 위해 숨을 고르는 중임을 이제는 알기에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나를 다독인다.
복직의 시간이 다가오고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히 들여다보이는 곳에 다시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니 두렵다. 겨우 되찾은 나를 다시 잃을까 두렵기도 하다. 살다 보면 내가 지쳐 또다시 바닥으로 가라앉는 이런 순간들이 언제든 들이닥칠 수 있을 텐데 그럴 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강연 속 교수님은 힐링 부자가 되라고 하셨다. 내 마음과의 소통(mindful communication), 마음이 좋아하는 활동들을 찾아 꾸준히 삶에 적용하라고 하셨다. 마음이 좋아하는 것, 마음 충전법을 적은 힐링 공책을 하나 마련해 두면 든든하다고 말이다. 두 번째는 하루 일과 중 작은 쉼, '나만의 미니 브레이크(Mini-Break)를 갖고 선(先) 행동, 액티브 힐링(Active-Healing)을 즐기라.'는 것이었다.
이은의 힐링 공책
♡ 10분 먼저 놀기
: 집안일 재치고 먼저 놀기, 해야 할 일 잠시 미뤄두고 10분 먼저 쉬기
: 시 1-2편 읽기, 책 읽기, 눈감고 있기, 음악 듣기, 스트레칭하기, 창 밖 구경하며 커피 마시기, 향기 맡기 등
♡ 멍 때리기
♡ 공원 산책하며 주변 둘러보기
♡ 걸으며 하늘 보기
♡ 서점이나 도서관 가서 책 구경하기
♡ 미술관에 가거나 도록 들춰보기
♡ 화려한 색채의 그림이나 꽃 그림, 유쾌한 그림 보기
♡ 드라마 몰아보기
♡ 힐링 수다
무엇보다 가장 소중한 힐링 공책은 나의 브런치북!
힐링 부자(富者)가 되기 위해 내 마음과 소통하며 내 마음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고 힐링 공책에 적어보고 있다. 언젠가 길을 잃었을 때 펼쳐보기 위해서 생각날 때마다 적어두고 있는 중이다. 공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고 공책에 적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하나하나 늘어가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첫 장에는 "괜찮아. 오늘도 충분히 잘했어!"라고 적고, 마지막 장에는 미소 짓게 하는 그림 하나 붙인다.
오늘 하루도 마음 부자가 되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