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해본 사람이라면(아마 그리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것도 남들은 보통 자고 있을 야간이라면 더더욱) 비록 자신은 눈치 채지 못할지라도 담배에 관한 몇 가지 오해들에 대해 접해보거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2005년 당시 나와 편의점에서 단 이틀만 같이 근무했던 한 남자가 있다. 그 남자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시즌을 피우는 사람들은 다 이상한 놈들뿐이다. 나는 시즌을 피우는 사람 중에 제대로 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 사람은 일하기 시작한 지 이틀째 되는 날 내게 이 말을 하고는 다음날부터 나오지 않았다. 비록 많지는 않은 시급(내 기억이 맞다면 2800원)이지만 편의점에서 이틀을 일하면 시즌 한 보루와 그것의 반을 더 사고, 맥도널드의 빅맥 세트를 먹을 수 있는 돈인데 그는 그것을 포기한 것이다. 혼자서 편의점을 지킨, 삼일 째 되는 날 새벽에 시즌을 매우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의 입에 억지로 시즌을 한가득 쑤셔 넣고는 지퍼 라이터에 불을 켠 채로 저항할 수 없게 된 그를 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는 장면이 떠올랐다.
올여름(2005년)에 같이 휴가를 다녀온 여섯 명의 친구 중에 오직 한 녀석만이 담배를 피웠다. 그 녀석은 던힐을 피우면 아침에 발기하지 않는다는 어떤 형의 말을 믿고 던힐은 절대 피우지 않는다고 했다. 던힐을 피우는 남성의 동영상을 인터넷으로 보면서 자위를 하는 그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동창 중에 말보로를 피우는 어떤 녀석은 자신처럼 말보로를 태우는 사람만이 ‘진짜’ 흡연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3년째 말보로를 태우기 시작한 그 녀석에게는 건강 따위의 이유로 이제 담배를 끊거나, 줄이기 위해 1mg의 담배를 피우는 몇십 년씩 된 흡연가 들은 가짜 흡연가일 뿐이었다. 그 녀석에게는 자신과 같이 말보로를 피우는 사람(특히 레드를 피우는 사람들, 미디엄을 태우는 사람들을 포함시키려는 시도에는 매우 불쾌한 기색을 표하며, 마치 선심을 쓰듯이 인정해 주었다. 라이트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언급하기 조차 꺼려했다.)들 만이 ‘진짜’ 흡연가이며 말보로가 아닌 다른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가짜 흡연가일 뿐이었다. 말보로의 제단에서 말보로의 왕에게 성스러운 니코틴 주 세례를 받으며 말보로 교의 목사가 태우던 말보로 레드를 한 모금 얻어 피우고는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의 모습이 떠올랐다.
1mg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다른 종류의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보다는 확실히 더 건강하며 더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담배를 피우는 사람보다는 거의 100% 오래 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1mg의 담배를 피우든, 보통의 담배를 피우든 상관없이 그들의 수명은 더 독한 담배를 피우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을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난 것일 뿐이며 다른 누군가와 비교해서 더 오래 살 것이라는 믿음은 근거가 없다. 나는 담배를 피우고도 장수했거나, 담배를 피우지 않지만 일찍 세상을 떠난 이들을 몇 알고 있다. 교통사고로 이제 세상을 막 떠나기 직전인 중년의 신사가 그의 아들과 딸에게 만약 담배를 피우게 되거든 꼭 1mg의 담배를 태우라는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장면이 떠올랐다.
디스 플러스(당시 2100원)를 피우는 사람 중에 아주 소수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은 디스(당시 2000원)를 피우는 사람들보다는 조금 낫거나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나인(당시 3000원)을 피우는 사람 중에 자신이 디스나, 디스 플러스를 피우는 사람보다 우월하다거나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들의 주된 관심사는 오로지 자신들이 에세나 레종, 던힐이나 말보로(이상 2500원)를 피우는 사람들보다 더 우월하다는 것뿐이다. 클라우드 나인을 피우는 사람들이 디스나 디스 플러스를 피우는 사람에게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어 보인다.
시골 어느 도로에서 속도위반으로 단속에 걸린 한 중년 남성이 교통경찰에게 자신이 피우던 디스를 내미는 장면이 떠올랐다. 그러자 경찰은 버럭 화를 내며 중년 남성에게 “나를 디스를 피우는 사람 취급하지 말라”며 바로 딱지를 끊었다. 이어 교통 법규를 위반한 또 다른 남자가 교통경찰에게 자신이 피우던 클라우드 나인을 건네자 교통경찰도 자신의 가슴 안 주머니에서 클라우드나인을 꺼내며 음흉한 미소를 짓는 장면이 떠올랐다.
이 외에도 레종을 피우는 사람과 고양이에 관한 오해, 에세를 피우는 사람과 그들의 집게손가락과 중지 손가락에 대한 오해, 잘 팔리지 않아서 꽤나 구하기 어려운 비인기 담배를 태우는 사람들과 그들의 고집에 관한 오해 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오해들이 더 남아있지만 여기서 더 얘기하는 것은 관두기로 한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도 않을뿐더러, 남의 이야기를 가지고 떠벌떠벌 떠들어 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로부터 어떤 오해를 사거나 비난을 받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나는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에 대해 어떠한 악감정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오히려 경우에 따라서는 그들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담배에 관한 많은 오해들을 접하면서 알게 모르게 생겨버린 나의 담배에 관한 오해를 소개한다.
손님이 꽤 뜸한 새벽의 편의점에 담배와 함께 콘돔을 사는 나보다 어린 남성은 분명히 나보다 행복한 나라의 국민일 거라거나, 담배를 피우는 뚱뚱하지 않은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훨씬 더 섹시할 것이라는.
그렇다고 애써 동네의 편의점을 모두 조사해서 나보다 나이가 많은 남성이 근무하는 편의점에 새벽에 찾아가 담배와 함께 사용할리도 없는 콘돔을 사거나, 담배를 사는 뚱뚱하지 않은 여성에게 거스름돈을 건네주며 일부러 거스름돈을 흘려버리고는, 거스름돈을 주우려는 그 여성의 조금 파인 가슴선을 보며 담배에 관한 몇 가지 오해들에 대해 생각하는 내 모습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고 생각합니다만......
(20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