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문득 신이 있다면 "이제 이만큼 했으면 내 인생으로 장난 좀 그만 쳐요라고" 소리치고 싶다고 생각했다.
알 수 없는 어떤 힘에 의해 내 인생의 장르는 '시트콤'으로 분류돼 있는 듯하다. 어울리진 않지만 나는 한 때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같은 장르의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거침없이 내 안면에 하이킥을 날린다. (쓰러지기 직전 "꿈깨!"라는 소리를 들은 것도 같다.)
언제나 그렇지만 여유 있는 녀석들은(선약이 돼 있다는 의미, 즉 애인이 있는 사람) 예쁜 미소를 지으며 "그럼 다음에 또 봐"와 같은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데 역시나 이쪽에서는 뭐랄까 좀 난처하달까, 어쩐지 인생은 참 얄궂군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 혼자인 사람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지금 짝이 있는 사람들은 있을만하니까 있는 거다라는 단순한 진리가 통용되는 심플한 현실이 내 삶을 복잡하게 만든다.
역시나 현실은 무라카미 류의 어떤 소설에서 처럼 '아니 저렇게 예쁜 여자아이가 혼자 일리가 없어'라고 모든 남자가 생각해버려서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금은 맹랑한 주인공이 시험 삼아 용감하게 고백했더니 사실 그녀도 누구도 접근해 주지 않아서 굉장히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 결국 그녀는 자신에게 먼저 대시해준 별 볼 일 없지만 그래도 착한 녀석과 사귀게 되었다.......라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지만 삶은 너무나 모순돼서 어른들의 충고도 갈린다. 어떤 속담은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고 하는데, 프로스트 아저씨 같은 경우는 가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움을 노래했다.
세상에는 열 번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속담도 있고,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속담도 있다.
그럼 해결책은 오르지 못할 나무를 눈 가리고 열 번찍으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멍청한 녀석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역시나 올라가야 하는 나무를 찍어 쓰러뜨리는 것은 애초에 목적했던 바를 이루는 게 아니니까 역시나 실패다. (이 말을 한 번에 이해했다면 당신은 독해력이 뛰어나군요.)
"역시나 현실에서 찌질한 녀석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에 오줌이나 한번 씨원하게 갈겨주고 오를 수 있는 나무를 찾거나 아니면 그냥 나무에서 떨어져 나온 나뭇가지나 주워서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행복만으로 살아가면 되는 거다, "라고 너무 단정적으로 말하면 내가 비관주의자처럼 보이려나.
프로스트 아저씨는 늙어버려서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지만, 어차피 나는 젊으니까 처음 갔던 길이 마음에 안 들면 한 번 갔다가 돌아와서 다른 길로 가도 되니까 괜찮지 않을까 하고, 멋대로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