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복학 첫해에
신입생 때부터 같이 다니던 친구 3명, 선배 1명과 오랜만에 같이 술을 마셨다.
선배는 내게 "몇 년 전이나 지금이나 네가 쓰는 글은 항상 똑같은 말만 한다"며 " 글만 봐도 네가 쓴 거라는 걸 알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얼마 전에 "예술가란 한 가지 메시지를 평생에 걸쳐 다른 방식으로 전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을 입밖에 내지는 않았다.
선배가 가고 동기들만 남은 자리. 매번 하는 이야기는 똑같다. 여자, 여자, 여자. 어쩌면 스물넷 남자의 머릿속에는 뇌 대신 음경이 들어있는지도 모른다.
녀석들은 하나둘 자기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최근 자기가 눈독을 들이는 여자애나, 우연히 같이 잠을 잔 여자애에 대한 이야기들. 그러다가 나에게도 내 이야기를 풀어놓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내키지 않는다. 그들은 불평한다. 나는 나쁜 녀석이 된다. 남의 비밀은 들어놓고 별 볼 일 없는 내 이야기는 하기 싫어하는 놈.
어쩔 수 없이 그들에게 변명을 늘어놓는다.
"저기 있잖아. 그건 내가 너희들을 친구로 생각하지 않아서라거나 너희를 믿지 못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야. 단지 그건 내가 꼭 그렇게 해야지라고 정한 하나의 룰(rule) 같은 거야. 친하고 친하지 않은 것과 그렇게 정하기로 해서 그렇게 하는 건 조금 다른 종류의 것이라고. 가령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은 나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는 거잖아. 어쩌면 나는 나보다도 그 사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거야. 그 마음이 지속되는 그 순간은 그 사람은 내게 있어서 가장 우선순위에 있는 사람, 즉 1등이야. 그래서 만약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면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사실만큼은 그 사람에게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어. 단지 그뿐이야. 내가 그런 이야기를 너희에게 하지 않는다고 해서 너희와 친하지 않다거나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것은 절대 아니야. 뭐 내가 정말 엄청난 구제불능이라서 아직 한 번도 그렇게(고백) 한 적은 없지만......
일단 룰은 룰이니까."
그날 술자리에 있던 녀석들과 선배가 누구였는지 지금은 정확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아마 그 녀석들 중 2명은 지금 유부남이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