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에 첫 연애-3화

찌질한 상상

by 거짓말의 거짓말

어딘가의 카페에서 내가 말했다.


“신기해.”
“뭐가?”
“매번 이런데 올 때면 둘이서 죽고 못 살겠다는 듯 재잘거리고, 주물럭거리는 커플이 그렇게 꼴 보기 싫었었거든. 그런데 이제는 아냐. 그냥 다 좋아 보여.”


이제 나도 시샘과 분노의 대상이었던 ‘그들’ 세계의 일원이 됐다. 과연 남들이 보면 우리 둘도 여느 커플처럼 보일까. 어쩐지 이 상황 자체가 나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상관없다. 다른 커플을 유심히 보는 사람은 불만에 찬 솔로뿐이다. 둘이 행복하면 다른 테이블로는 애초에 눈이 가지 않는다.


여자와 단둘이 커피를 마신 적은 많지만, 여자 친구와는 처음이었다. 커피를 마시는 내내 나는 사각형의 유리 테이블 위로 올려놓은 A의 손을 잡고 있었다. 아직까지 그녀의 몸 중에서 온전히 내 것인 것은 손 밖에 없던 날이었다.


*
무엇을 하던 할 때마다 처음인 곳을 가고, 먹고, 하던 때였다. 어떤 단어에든 ‘첫’을 붙여도 됐다.


손을 처음 잡은 때는 밤이었다. 데이트를 하고 A를 데려다 주기 위해 같은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A의 집까지 걸어가는데 조금 추웠다.


오늘 손을 잡지 않으면 꽤나 먼 길을 돌아갈 것 같다는 느낌이 불현듯 스쳤다. 생각해보니 첫 데이트 후에 전화를 먼저 걸어준 것도 상대였다. 오늘 손을 잡지 않으면 나는 손도 잡지 못한 채로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시간을 끌 것이다. 그러면 어는 순간 여자친구는 ‘이 녀석 어딘가 문제 있는 거 아냐’ 라거나 ‘내가 매력이 없나’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자는 상관없지만 후자는 안 된다. 손을 잡고 안 잡고를 떠나 나는 문제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상대가 (문제가 있는) 나로 인해 상처를 받는 것은 남자가 할 짓이 아니다.


잡았다. 덥석. 내 오른손으로 그녀의 왼손을. 그리고 걸었다.


‘눈앞에 있는 손을 내 손을 뻗어 잡는다’는 단순한 행동이지만 쉽지는 않았다. 그동안 손 말고 다른 수많은 것들을 잡아오고, 쓰다듬고, 꼬집어도 봤지만 여자 친구의 손을 잡는 것은 처음이었다. 내면 깊숙한 찌질한 본성이 ‘손 잡아도 돼? 하고 물어봐야 하는 거 아냐’라고 강력하게 나를 충돌질 했지만 잘 참아냈다.


손을 잡자 3번째 만난 뒤에 밑도 끝도 없이 사귀자고 얘기했을 때처럼 A가 놀랐다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져 왔다. 그렇게 손을 잡고 A가 사는 오피스텔 빌딩으로 함께 걸어갔다.


오피스텔 로비에서 인사를 하고 A를 올려 보냈다. A가 사는 집 문 앞까지 엘리베이터를 타고 같이 올라갈 수도 있었겠지만 ‘오늘은 이만하면 됐다’라는 묘한 성취감에 사로 잡혔다.


오늘은 집에 가서 내가 먼저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