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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Sep 23. 2024

[연작시] 그대에게 13




그대에게 13



웃는 아이의 입술에

밥풀떼기처럼 붙어 있는 게 무엇일까요?

이른 아침 떠오르는 햇살이

하루가 다르게 반가움을 알아갑니다

이따금씩 달팽이가

푸성귀에 새기고 간 흔적도 마주합니다

뱃살을 늘어트린 고양이의 일광욕에

그대는 무엇을 느낄 수 있을까요?


혹시 빈곤한 ‘불행’이라고 들어보았는지요?

행복하지 않다고 ‘여기면’ 찾아오는 ‘허기’입니다

그것은 채워지지도 않거니와 결코 채우지 못하는

인생의 침범자인 ‘욕망’일 것입니다

지금도 느슨해진 문틈으로 종종 발을 디밀지만

예전마냥 두렵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접근금지법을 얼추 터득했기 때문입니다

별 건 없습니다, 그냥 주문을 외는 것입니다

‘나는 행복하다’(저리 가라며 욕지거리를 해도 재밌습니다만, 광인으로 오인될 수도 있다는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점을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안주한다고 해서 낙오된 것은 아니었는데

진부한 ‘생각’만이 오류를 범해 왔습니다

맞지 않는 의식주衣食住를 내려놓고 나니

생체의 기능이 되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맑은 시야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잡을 수 없는 것은 놓는 것이지

붙들고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후회(미련)는 ‘순간’의 ‘아쉬움’일 뿐입니다

그런데 또 말입니다, 곰곰이 사유해보건대

행복은 멀리 있었던 게 아니었습니다

‘미련’하게도

행복을 꼭꼭 숨겨놓은 것은 바로 ‘나’였습니다

눈길만 주기를, 손만 뻗기를 기다리는 행복은

그대와 나, 모두의 ‘바라기’였던 것입니다


그대(과거)를 추억하는 것도 행복의 한 종류인데

왜 항시 슬픔(아픔)으로만 감쌌는지 모르겠습니다

가족들의 입술에 붙은 밥풀떼기 미소,

간밤, 모두의 안녕에 감사하는 하루와

느림의 미학, 잠깐의 여유로운 쉼은,

오늘,

그대와 내가 찾을 ‘소소한 행복’임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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