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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Oct 08. 2024

[연작시]그대에게 16


그대에게 16


2주 전부터 몸이 가볍지 못합니다

늦은 가을과 함께 찾아온 감기 ‘덕분’입니다(가끔 앓는 것도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는 듯합니다.)

아침에 ‘지예작가’에게서 안부전화가 왔었습니다

지예작가는 ‘마녀모임 1기’ 출신으로

각별한 제자이자 인생의 벗입니다

오늘은 잡소리 집어치우고(사실 ‘그대에게 15’를 2주 째 퇴고 중이나 영 성에 차지 않아 고민이 제법입니다.)

나의 ‘삶의 질’에 대해 몇 자 적어보고자 합니다


그대도 알다시피 나는

한 달에 한번 무료글쓰기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궁금증만 해갈해주려한 일회성에서

몇 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제는 6기 첫 미팅이 있었습니다

건강상태가 저조하여 미룰까도 싶었지만

참석자들 또한 귀하게 쪼갠 시간이었습니다

멍석을 깔아주면 아픈 것도 모른 체

관종 끼가 있어 잘 노는 ‘작자’이기도 합니다


+관종이란 단어를 알지 못했는데 근래에 알게 되었습니다. 관종은 ‘관심 받고 싶은 종자’라 합니다


무튼, 지예작가가 안부 중에 물었습니다


“작가님은 이 일을 왜 계속 하시는 거예요? 아니 몸도 힘드신데 좀 미루지 그랬어요.”


종종 ‘힘들다’기 보다는 ‘부담’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모두의 원고를 읽고 첨삭하고, 글의 의도를 놓치진 않았나

문법적인 것도 애매하면 책을 펼쳐놓고 찾기를 반복합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제출하는 ‘숙제(원고)’라고

만만하게 보면 안 됩니다(마녀모임이 쉬운 모임은 아닙니다. 돈을 받고 하는 수업이면 시간만 때우다 가도 되지만, 무료수업인 만큼 내 수업료에 해당하는 원고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즉 퇴고를 열심히 하란 당부입니다.)


인간은 ‘노동’을 위해 태어났습니다

갑자기 엉뚱한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은 ‘앎’을 갈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런데 언제서 부터인가 사람들은 노동(지적, 단순)과 함께

사유하는 법을 잊고, 잃어가고 있습니다

나 또한 그런 무기력한 삶을 살 뻔했습니다

출간이 되면 만사가 귀찮고 앞으로의 행로(신간)에 대한

단순한 생각만이 전부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나’만이 한정 없이 주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재능기부’는 나의 ‘발전’을 위한 것이 큽니다

글쓰기란 솔직히 많은 가르침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평생 국어(책)를 배웠고(읽었고) 구순으로 연습을 해왔기에

문어文語로 옮기는 과정만 잘 이행하면 되는 것입니다

장르도 내가 만들면 ‘장르’가 되는 시대에 도래했습니다

모임에서 내가 하는 일은 ‘감독(선생)’이 아니라

열심히 습작할 수 있도록 ‘용기’와 ‘희망’을 주는 것입니다

습작을 하다보면, 퇴고를 하다보면, 다독을 하다보면

자신들도 모르게 글 근육이 붙게 마련입니다

잡설이 길었습니다만,

결론은 지금의 생활이 ‘매우 행복’하다는 것입니다

‘작가’란 것도 대단한 사람은 아닙니다

현재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작가입니다


‘작가’란 가난한 길 위의 나그네입니다

이 얼마나 낭만적인 문장입니까 마는

돈을 벌겠다는 ‘기대’와, 인정받겠다는 ‘과욕’은

글과 여백을 더 흐리멍덩하게 만들 뿐입니다

직업이 가졌던 ‘허상’을 벗고 ‘물욕’도 내려놓으니

진정한 마음의 ‘충만’이 찾아왔습니다

요는,

너무나 행복한 ‘길’을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행복에 겨워 공부 또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외려, 나의 모임에 참석해주는 ‘그분’들께

진심으로 더 ‘성장’시켜주어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내가 그대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도,

그대의 소중한 재능을 나누고(봉사) 있기 때문임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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