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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작자 Oct 16. 2024

[연작시] 그대에게 15



그대에게 15



‘길’을 봅니다, ‘길’을 생각합니다, ‘길’을 이야기합니다


누군가의 길은 대로大路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길은 소로小路일 수도 있습니다

걸어온, 걸어가는 보폭이 다르다해서

‘인생’을 잘못 살아오고, 살아가는 건 아닐 것입니다


내게도 서 왔던 ‘자리’가 있습니다

그간의 나의 길은 ‘오만’만이 득실거렸지

내실은 뼈쭉정이에 불과할 뿐이었습니다

타고난 ‘재주’에 자만하여 갈고닦지 않은 채로

아낌없이 펑펑 써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인정’이 이제 ‘창피’하거나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근자에 정신을 차리고 작력중에 있습니다만

그대(타인)가 알아주지 않아도 섭섭지는 않습니다


요즘은

[연작시]를 습작하면 할수록 고배를 마십니다(술은 좋아하지만 취기도 없이 쓰기만 한 것은 즐기기가 싫습니다.)

짧은 ‘앎’이 시야를 가리는 것입니다

혹자는 그만두기를 바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아직까지 뚜렷다할 소재(신작)를 잡지 못했고

사촌이 땅을 사면 등한시할 수 있을 정도의

깜냥을 쌓고는, 버티는 중입니다


[그대에게 15]를 한달 넘게 퇴고해오며

많은 문장을 버리고 새로운 여백을 메워왔습니다

글쓰기도 인생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욕심을 부려 ‘버리지’ 못하는 ‘문장’ 하나로

글 전체가 탁해지는 ‘오류’를 범하기도 합니다

필요할 때는 과감하게 버리는 것도 ‘방책’이라고

왕왕 강조하면서 실천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읽고 써야한다는 것이 나의 본업임을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늦지않게 ‘성공’한 셈입니다


시선(관심)이 닿지 않는 곳곳에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이들이 많습니다

시선(관심)이 쏟아지는 곳곳임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에 ‘무책임’한 이들도 있습니다

전자의 길을 가는 이들은,

‘자긍심’을 내세우지 않고 ‘자만’하지도 않으며

자기 ‘만족’을 ‘인정’받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존재(길)의 이유는 ‘자문’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나아가야할 길에 대한 ‘자답’이 중한 일이었습니다


운동을 할 때면 종종 노래를 듣게 됩니다

이젠 그들의 외모가 아닌 음音의 역량으로

각각의 ‘자리(길)’가 따로 있음을 인식합니다

더는 그들의 각광이 부럽지 않습니다

모두가 자신의 ‘길’에 신실히 정진함으로써

우리는 세계를 잇는 귀한 길의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잠연히 걸어가는 그대의 길도 항시 응원하며, 흐린 가을에 띄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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