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28
국민[초등]학교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의 외도로 부모님은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자존심(당시 연애결혼)이 강했던(상했던) 어머니는
홀로 자녀 셋을 키워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삼남매는
엄마의 품 대신 외할머니의 품에서 자라났습니다
늦은 결혼을 하고 사내 아이 둘을 낳았습니다
그러나
정착을 해서 살다보니 정작 가장 큰 화두는
어머니(친정엄마)와의 유대 관계였습니다
경제활동으로 바빴던 어머니의 둥지에서
더 멀리 날아가 버린 삼남매는, 늘
어미가 없었던 빈 둥지만을 기억해 왔습니다
가끔은 어리석게 이런 자문도 하곤 했습니다
‘직접 키우지 않았던 우리로 인해 편했을까? 말썽을 피우며 떼를 써야 하고, 사춘기에 다잡아줄 부모가 필요했음을 어머니는 한번이라도 생각했을까? 우리의 힘듦을 알기나 할까?’
어머니께 묻고픈 질문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저토록 가시 돋은 질문이 입안에서 맴도는 것은
오랜 시간을 떨어져 지낸 후유증이 가족의 소중함보다는
불편함으로 둔갑한 감정을 시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자식을 낳아 키우다보니 참 귀하고 예쁩니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목숨도 아깝지가 않습니다
자식을 낳아 키워봐야 부모의 속을 알 수 있다는데,
어머니의 시선 또한 나와 다를 바가 없을 텐데
한 말씀, 한 말씀이 비수로 꽂히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아이들에 대한 조언(지적)은 더욱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왜 불편할까를 사유해보았습니다
이렇다 할 큰 성공(돈벌이)도 없이 살아온 삶에
스스로 불만족스러웠던 것들이 어머니의 입에서
되살아나는 것이 싫었던 것입니다
누구 집 아들은, 누구 집 딸은, 누구 집 사위는.
어머니의 말씀은 나의 자책을 투영하고 있었습니다
‘아니다, 아직 멀었다....’
며칠 전까지도 어머니와 함께 열흘을 보냈습니다
내내 질문을 던지고 던졌습니다
‘너의 자식이 귀한 만큼 어머니도 너를 귀히 여길 텐데
어째서 한 시도 편치가 않고 가시방석인 것일까.’
그런데 우습게도 나 또한 잔소리가 싫었던 것입니다
걱정소리, 간섭소리, 내 아이들도 싫어하는 ‘잔소리’
원인은 잔소리였던 것입니다
어리서부터 익숙지 않았던 어머니의 잔소리는
성인이 되고나서부터 더욱 거북해졌던 것입니다
원인을 찾고 나니 한층 작아진 어머니가
나의 거실 한가운데 앉아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늘 그 자리였건만 부재중이었던 것은
‘어머니’가 아니라 ‘나’였던 것입니다
결혼 후, 결혼 전보다도 잦은 어색한 만남에
어느 찰나 서로를 위해 인내하는 무언의 말들이
방안 여기저기서 유영함을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잔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참아낸 것은 나만이 아니라 ‘그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여든이 다 된 어머니는 귀가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한 번씩 부르면 곧잘 대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나는 바보 병신 같은 열흘을 보냈다고 인정합니다
종일 나의 일과와 어머니를 모시며(식사와 간식)
한 시도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습니다
정작 어머니는 새로 만든 먹거리(간식)보다는
딸과의 수다를 더 원했을 것입니다, 그랬을 것입니다
누구 집 딸은, 누구 집 아들은, 누구 집 사위는,
이것(저것)은 어떻다, 참견을 해야만 가능한 대화.
나(우리)는 참 헛똑똑이인 바보(들)입니다
부모가 무언가를 내어준다는 것은 부담이 아닌데
부담으로만 받고 갚아야할 빚으로만 여겼습니다
부모님께 잘못했던 과오는 더는 부담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잘못을 했다고 용서치 못할 부모는 없습니다
어머니는 이러한 억측을 진즉에 느꼈을 것입니다
티브이가 없어 심심하다면서도 자주 오시는 것은
아이가 외출을 하면 허전하듯 같은 감정이었습니다
내가 아이들을 오래토록 기분 좋게 보기 위해서는
아이들 앞에서 부모(어른)를 대하는 말과 행동거지가
바뀌어야 함을 핏발 세워 강조합니다
알다시피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 늘상 읊조리는 속엣말이 있어 왔습니다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힘들게 키워주신 당신의 삶을 존경합니다.’
올 해는 꼭 한 번 뱉어보도록 노력해봐야겠습니다
+ 브런치 사용방법도 잘 알지 못합니다. 저기 위에 소제목의 활용도는 어떤 것인지[그걸 사용했을 때의 효과], 등등.
그럼에도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 전합니다. 매번 라이킷을 눌러주시는, 자주 뵙는 이름의 작가님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