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29
“형이 이렇게 하면 된다고 했어, 안했어, 응?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왜 형 말을 못 알아들어?”(큰아들이 동생에게 하는 소리지만, 이 말투를 듣고 나는 슬그머니 도망을 놓았습니다.)
방학이 두 달입니다만 우리집 두 아들은
방학이니 쉬어야한다고 주장합니다(늦잠 보장까지 요구)
두 아들들이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 다툼은 몰론(눈만 맞으면 티격태격)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내 자신도 반성의 시간입니다(방학은 가족이 같이 성장할 수 있는 최상의 합숙 훈련기간입니다.)
방학기간동안 북적되는 것이 늘 좋지만은 않습니다
가끔은 잘잘못을 따지게 되는데
아이의 행동을 나무라는 일은 신중해야 합니다
아이의 언행은 부모 중 한 사람을 닮게 되어있습니다
특히나 훈육 전 필수사항은 부모의 감정체크입니다
우리집은 사내아이들이라 장난이 유독 심합니다.
그리고 실수하는 것.(실수는 어른도 한다는 점을 늘 상기해야 합니다. 어른들의 실수는 스스로 만회할 수 있으니 넘기지만, 아이들의 실수는 뒤치다꺼리가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부모의 기분이 좋으면 장난도 실수도 만사형통이지만
부모가 감정에 따라 일관성이 없으면
아이는 눈치를 살피다가 곧 말문을 닫게 됩니다
집밖에서 아이로 인해 당혹스러웠던 경험,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라면 한 두 번은 있을 것입니다
집에서 하지 않았던 엇나간 행동과 말투,
창피하거나 부끄럽거나, 얘가 대체 왜 이러나?
아이의 내면거울의 투영자는 바로 부모입니다
아이의 행동은 부모의 모습을 그대로 묘사합니다
보고 듣고 첫 경험을 하는 현장은 가정이기 때문입니다
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우리집도
지지고 볶고 고함소리와 웃음소리가 난무합니다
큰 아들은 변성기에 사춘기가 왔습니다
나와 남편은 갱년기까지 왔습니다, 사춘기와 갱년기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대화)하면 됩니다
우스개로,
사춘기는 절대 갱년기를 이기지 못한다며 큰소리를 치지만
이런 대화가 가능한 것도 단절되지 않는 ‘소통’이라 하겠습니다
큰소리치지 않고도 이해가 가능한 우리는 ‘인간’입니다
맞아야 말을 듣는 ‘짐승’이 아닙니다
솔직히 나는 방학이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습니다
늦잠도 같이 잘 수 있고, 집안 살림도 함께 처리합니다
당연히 힘들 때도 있지만 짜증 대신 일을 분담하는,
그 ‘요청의 과정’만을 잘 순화하면 어려움은 없습니다
방학 중이라 종일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짜여진 수학 예습시간과 독서 시간을 활용하여
나는 나의 공부를 합니다(물론 턱없이 시간은 모자랍니다. 나의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아이들도 기다려만주면 잘 이행(정리)할 수 있습니다
단지 성급한 어른이 그러지 못할 뿐입니다(아이들에게 정중하게 요청(청소나 정리)하면, 존중받는다는 느낌이 강하면 강할수록 정리정돈이 매우 뛰어납니다.)
부모가 힘들어하면 아이도 금방 알아차립니다
아이가 부모에게 귀찮은 존재란 인식보다는
힘듦은 너의 탓이 아니라 모자란 부모의 체력과
감정조절이라고 솔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아이가 부모를 무시해서 말을 안 듣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놀고 싶은 순수한 아이라서, 순수한 생명체라서
악의 없이 순수하게 웃고 떠들고 장난할 뿐입니다
어른처럼 쌓아두는 게 무엇인지도 알지 못합니다
살아있는 극강 순수생명체인 이 보석은, 우리가
어떻게 세공하고 다듬을지 깊이 고심해야 합니다
혹 그대는 아시는지요?
세상에는 무수한 ‘예언자’들이 득시글대고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 하나(잘 알지도 못하면서)로 소년원을 운운하며
미래까지 함부로 점을 치려는 ‘불온한 세상’입니다
이런 세상에서 당장 변하지 못할 감정(화)도 없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의 감정은 알아봐주지도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믿음과 사랑을 바라는 것은 감정의 ‘살인’일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행복한 방학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