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53_김경민
인생은 진실이 없는 연극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태어나면서 착한 아이란 가면이 씌워지고
사람들은 감독으로서 인간의 감정을 조절합니다
도덕이란 관찰 아래 자유 의지가 결여된 삶은,
능동적이지 못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길러집니다
“그러면 안 돼(됩니다). 나쁜 아이야(사람입니다).”
“넌(당신은) 양심에 가책도 느끼지 않니(않습니까)?”
“네(당신은) 감정을 참아야지(참아내야 합니다).”
“생각이란 걸 못 하니(못합니까)? 부모(학교)에게 무얼 배웠니(배웠습니까)?”
나(아이)란 존재는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나’라는 내면의 존재는 온갖 스트레스로 늙고 병들어
종내는 서서히 외피를 뚫고 올라와 외형이 지배됩니다
감정에 충실하면 성급하고 이상한 사람이 되며
이성을 앞세우면 냉담한 사람으로 매장됩니다
우리는 우리가 주입식으로 배워왔던 ‘어떤(불명확한 출처의 도덕)’ 제도적인 미덕을,
대물림으로 가르치며 미흡할 경우 질타를 받게 됩니다
사회는 아이의 인권을 주장하면서도 이것이야말로,
소유권을 강제로 부여받는 것이며 모성애와 부성애는
인권과 소유권을 떠나 본능의 신비로운 결합입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남을 위해, 타인을 위해 살며
정작 ‘나’로 살아가는 삶은 없어왔고 없습니다
나를 포기할 권리(죽음을 떠나)는 나의 의지이지만
나를 포기하지 않을 권리 속에 살아갈 권리를 생각합니다
내 정념에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은 나인 것이지,
타인의 판단과 확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확정과 판단에 대한 검토 또한
인간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그 최초의 인간은 제도라는 것으로 무리를 이끌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만들어진 도덕은 ‘발명품’인 것입니다
짙은 밤,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인간은
제도로 묶어놓은 감정에 의하여 스스로를 자책합니다
간혹 자책은 본능적으로 내 안에 나(악)를 깨웁니다
타인의 잣대에 위장하여 살아가는 현시대의 인간은,
마치 누군가 맞춰놓은 수인복(태어나자마자, 울지 않아야, 잠을 잘 자야 착한 아이인 것입니다.)을 입고,
평생 탈출하지 못할 감옥(사회적 제도)에 갇혀 살아갑니다
선택이 자유롭게 주어지는, 누군가의 강요가 아닌,
사회적 시선의 오류로 인간을 감정하지 않는,
나의 의지를 포기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만 나는,
제도를 파타하자는 것도, 그럴 만한 위인도 못됩니다
다만, 타인의 시선 안에서 내 아이들이,
또는 타인의 선택을 바라보는 내 아이의 시선이,
조금은 편안하고 자유로울 수 있는 그런 세상,
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고 평가되지 않는 사회,
내 의견을 조금은 좆아도 되는,
내 안에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한 권리 행사에
서로가 손잡고 격려해주는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 능동적인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습한 무더위에 그대는 어찌 지내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