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52_김경민
얼마 전 물놀이를 다녀왔습니다
종종 가던 계곡이었는데 사고가 있었습니다
물놀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큰아이가 미끄럼틀을 한번만 더 타겠다는 것입니다
계곡 미끄럼틀은 그야말로 물길이 만든 바위로,
타고 내려오면 물웅덩이로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큰아이가 바위 물줄기를 타고 내려가던 순간,
속도와 함께 아들의 몸이 갑자기 날아올랐습니다
나는 고함을 지른 것 같은데 메아리는 없고
생각은 빛보다 빨라 아들의 죽음을 예감했습니다
다행이 어깨가 먼저 떨어지는 바람에 무사했지만.
살아서, 살아내서 다행인 일들에 대해 부모는,
고맙고 감사하다는 것을 화火로 표현합니다
본인도 놀라고 민망했을 아들이 ‘무사히’ 걸어오는데
모자란 나는 먼저 안아주지 못했습니다
차로 향하는 내내 모두가 침묵을 지켰습니다
아들이 상황을 모면해 보려고 엉뚱한 말을 하는데도
조용히 하라며 단호하게 명령만 내렸습니다
아들의 젖은 몸을 닦아내며 눈물이 터졌습니다
아들 또한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습니다
사실 큰아들은 지금 한창 멋져 보이려 으스대는,
‘사춘기의 나이’입니다
부모가 나이는 많지만 실은 극한 상황을 마주하면
간혹 아이들보다 못한 판단과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아이들의 실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른의 실수와 아이의 실수는 다르지 않습니다
실수에 대한 대처 방법도 큰소리의 야단이 아닌,
그럴 수도 있음을 인정하도록 가르쳐야 합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는 부모의 나이는,
아이의 나이와 같이 자라는 ‘경험의 것’입니다
‘어른’을 고집할 일이 아님을 인지해야 합니다
나 또한 그때 바로 아들을 안아주지 못한 것은,
실제 나이 51세를 떠나 부모의 나이 13세로,
사춘기의 아들과 같이 아직은,
부모의 나이로서는 철부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어야 합니다
작은 실수든, 큰 실수든, 또한 칭찬받을 행동에도
서로의 온기로 안전한 보호막(부모, 집)을 느끼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아이도, 부모도 자존감을 지킬 수 있습니다
기다려(안아)주지 못하고 불끈하는 성질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습득되는 것입니다
세상에 아이들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 것은 없습니다
이 아이들은 우리 미래(국가)의 희망인 것입니다
따뜻하고 존중받고 배려있는 사회로 만드는 것은,
아이의 품성을 잘 형성시켜야하는 부모의 소임입니다
아이가 먼저 안아주지 않는다는 이유와
다 컸다며 어색하다는 핑계는 변명일 뿐입니다
먼저 다가가 안아달라는 요청과 연습은,
서로(가족 간)가 바라는 침묵의 희망일지도 모릅니다
부모의 곁을 떠나 연어처럼 부모가 되어 돌아오는 것,
이것은 삶의 회귀이며 인간이 꼭 가야하는 행로로,
그리하여 서로의 마음을 읽는 것, 후회와 깨달음,
최후, 삶의 진리라는 것은 이런 게 아닐까 합니다
+어린이들은 아직 자연과 아주 친숙한 존재이며 바람과 바다와는 사촌지간이다. 그들의 중얼거림은 그것을 들을 줄 아는 사람에게는 커다랗고 어렴풋한 가르침을 주는 것이다._장 폴 사르트르 [말]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