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59_김경민
방학이 끝나기 전에 친정을 다녀왔습니다
떠나기 전날 무슨 심보는 아니었고,
결코 강요된 것이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너희 상전들. 용돈만 받지 말고 (외)할머니 시원한 거 사드시게 용돈을 좀 드리는 건 어때?”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 데,
자발적으로 아이들은 용돈을 모아오고 있었습니다
큰아들의 표정이 환하게 바뀌면서 엄지를 치켜듭니다
누군가에게 용돈을 준다는 개념이 없었던 것입니다
봉투를 요청해서 주었더니 글과 그림도 그립니다
동생과 상의 끝에 봉투 안에는 모았던 쌈짓돈이,
‘첫’ 용돈으로 둔갑하여 얌전히 누웠습니다(금액은 자신들이 합의한 것입니다.)
친정엄마도 손자들에게 받은 ‘첫’ 용돈 봉투를 보며
무척이나 행복해하고 뿌듯해하셨습니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더 많은 용돈을 받아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여우 짓이 될 수도 있겠지만
눈치 빠른 행동은 삶의 선물이 되기도 합니다
물론 자신의 실속을 위해 상대를 이용하는 것은
여우가 아니라 매우 비루한 권모술수일 뿐입니다
여우 짓을 달리 표현한다면 애교입니다
이러한 귀여운 애교는 분명 활력소가 맞습니다
특히나 외로울 (외)조부와 (외)조모의 시간에,
홀로 지내는 (외)삼촌과 고모(이모)의 시간에도,
바쁜 일과에 지친 아빠와 엄마의 시간에도,
짜증이 아닌 챙김과 애교는,
거부할 수 없는 비타민 역할로 충분합니다
그러나 가족 간에라도,
어느 누구든 무턱대고 해야 한다는 요구(강요)보다는
친절한 논리의 설명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좋습니다
예를 들자면,
할아버지, 할머니께 드리는 안부전화라도 말입니다
예쁨 받는 행위도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자그마한 변화부터 습관은 길들이기 나름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모의 노력(행동)이 주요합니다
아이를 키워보니 배울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순수한 존재는 스승일 수 있다는 것을 깨우칩니다
그러한 스승들을 더욱 알차게 키우는 과정에서는
어른이란 거울은 필수불가결한 조건입니다
오늘의 요는 권모술수를 가르치자는 것이 아닙니다
타인(가족)을 배려하고 챙기는 것은,
누군가의 칭찬을 떠나 인간관계에 기본일 것입니다
획득 가능한 성질은 가르치고 배우면 익힐 수 있습니다
어른이라 불리며 덩치만 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가당착에 빠져있는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타인의 실수를 보며 진리를 찾는다는 옛 문장은,
늘 거울처럼 마주보는 가족에게는 어려운 잠언입니다
항시 궁금함이 자리 잡을 수 있는 가족 간의 유대는
무엇보다 필요한 정서적 위안(재산)이 아닐까 합니다
소통은 만병의 치료제이자 삶의 해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