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61_김경민
인간관계에 빠질 수 없는 것은 바로 ‘대화’입니다
우리는 친분을 맺기 위해 또는 관계 유지를 위해,
신변잡기식 다언多言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말’은 경계해야할 1순위 문명의 작품입니다
뇌와 가슴의 중간지점, 이들의 명령을 받아
목으로부터 생성되는 말은 나의 소유물이 아닙니다
말은 우리보다 똑똑하며 약삭빠르고 우월합니다
말(언어)은 자신이 가진 위력을 발휘하기 위해
항시 빈틈을 노리는 협잡꾼의 면모가 있습니다
녀석은 우리의 반응에 앞서 대화에 집중합니다
항상 상대방을 ‘나’보다 먼저 주시(언어 준비)하며
투쟁할 각오(의지)를 굳건히 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이 녀석도 교육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야생에서 생활하는 ‘말’도 길들이면 얌전합니다
인간의 언어도 훈련에 따라 결함이 교정됩니다
누구나 말실수로 인해 본인의 뒷담화가 나돌까,
밤새 정념에 휩싸인 경험은 있을 것입니다
좋은 인간관계는 나를 먼저 키우는 일입니다
단어의 품격을 길러주는 습관은 늘 강조하다시피
독서(공부)로 인한 ‘자기 수양(단련)’입니다
이와 같은 단련은,
나보다 먼저 나아가려는 말을 붙잡을 수 있는 힘과
더 나은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여유를 줍니다
무엇보다 재미나는 반응은 단어를 고르는 사이,
말은 흥미를 잃고 ‘고분고분’하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 같은 훈련은 상대방과 같은 부류가 되는 것을
훌륭하게 막아주는 조력자로 매우 유용합니다
간혹 남아도는 시간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남에게 의지해서는 안됩니다
그러다보면 ‘말’은,
나를 경시하여 실수를 부추기게 하는 것입니다
말을 아낀다고 해서 지는 싸움이 아니라는 문장은
말재주가 없는 사람을 격려하기 위한 잠언이 아니라
시간을 아끼기 위한 대화의 종료 방법인 것입니다
나를 키우는 일, 이는 사람을 보는 눈이 아닙니다(우리는 사람을 결코 보지 못합니다.)
상대방과 똑같은 사람(반격에 의의만 두는)이 되지 않으려는 노력,
‘말’을 철저하게 내편으로 만드는 기술의 터득입니다
사유해보면 아시겠지만 말이란 녀석이 온순할 때는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할 때인데 그것이 습관화되면,
‘말’ 역시 적응을 한다는 사실이 상당 흥미롭습니다
말을 다스리는 유일한 방법은,
나(내면)를 먼저 살찌워 말의 허기를 달래는 길입니다
여름도 얼추 물러나려는 기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그대와의 사이에 ‘무언無言’이 답답할 때도 있지만,
‘말’로 인해 오해가 없으니 이리도 오래 생각하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