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62_김경민
주말이 오면,
가까운 자연에게 기대볼 것을 추천합니다
지친 그대의 정념을 충분히 보듬을 것입니다
어릴 적 자연과 더불어 뛰놀던 시절에는
불면증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성장했습니다
콘크리트 건물들로 둘러싸인 도심에는 여전히,
늦은 밤 잠 못 들어 뒤척이는 한숨이 있습니다
자연에는,
그대의 정념을 부추기는 어떠한 감정도 없습니다
식상한 비유이지만 바람이 켜는 훌륭한 연주는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최고의 형이상학적 감동입니다
대지, 바다, 강, 하늘, 나무, 동식물 등등을 떠나
무엇보다 자연의 귀한 선물은,
고요함 속에 본인과의 대면을 주선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연은 당장 그대의 고뇌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의 핵심을 허심탄회하게 들추어
세속의 방해 없이 직관할 수 있도록 돕는 협력자로서,
이만한 장소도 없다는 것을 그대는 알 것입니다
자연이 우리에게 편안함을 주는 우선 까닭은,
자연의 질서 안에는 복수라는 개념이 없기도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이상한 눈빛으로 나를 주시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각각 본연의 삶에 충실할 뿐 볕을 더 받기 위해
뿌리째 뽑거나 꺾어 버리는 행위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자연을 잘 살펴보면 그 질서가 상상을 초월합니다
햇볕이 가장 필요한 나무는 산의 맨 꼭대기에,
물이 필요한 나무는 강가에 자리하는 이 조화는
그저 단순한 것으로 치부하기엔 경이롭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연에는 맹수이건 하찮은 미물이건,
살기 위한 자기 보존의 본능(영역)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들도 그들 나름의 법칙(질서)은 존중하며 살아갑니다
양육강식을 동물의 본성처럼 비유하고 쓰지만,
현시대의 욕망(야성 자본주의)을 전가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정념에 휩싸이는 까닭은 결국 욕심 때문입니다
우리가 애초 무엇이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주말이 오면,
한적한 산길로, 강둑으로, 들길로 나서보십시오
이름 모를 풀꽃 앞에서 멈춰 선다는 것은,
나무의 이파리가 그대에게 손짓을 한다면,
흐르는 물소리가 그대의 귀에 감미롭다면,
분명 그러하다는 것은,
우리의 근원이 청초한 자연의 후예였기 때문입니다
부모(자연)의 품에서 잠시 쉬어가는 재충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양질의 자양분과 조화(묵언)의 가르침입니다
또한 자연에 대한 불효(무분별한 개발)에도 불구하고
관용으로 베푸는 깊은 심성을 우리는 헤아려야 합니다
자연에 기대는 것은 나와 자연 모두를 위한(살리는) 일입니다
간혹 그대를 떠올리면,
먼 옛날 내가 아꼈던 나무는 아니었을까‘도’ 싶습니다
또는 내가,
그 나무아래 피었던 들꽃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