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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시] 그대에게 64_용서(부부)에 관하여

by 김작자


그대에게 64_김경민



부부는,

결혼과 동시 사랑과 믿음으로 행복을 건축하는

가장 멋진 한 쌍의 건축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초심은 사라지고 함께 구축한 것들이,

타인과의 비교(경쟁)로 목적이 뒤바뀌게 됩니다

부부가 구축한 것에는 불신(돈)이 자리하고

비난이라는 채찍으로 상대를 너덜하게 만듭니다


부부는,

같은 길(행복)을 목적으로 향하는 동‘반’자입니다

이것을 사업의 규모로 보아 손익이 발생한다면

때때로 회생 불가능한 동‘업’자가 되는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 재력은 아주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먹고 입고, 아이를 키우는 소중한 거름입니다


만일 부부 중 한 사람이

더 나은 환경을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그런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미래의 ‘행운’을 담보로

과오(사업, 주식 등등)를 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정념(이성)에 관한 문제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사람의 잘못으로 삶의 터전이 위태로워지면,

상당 부분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오래가는데

이 감정은 가장 귀중한 ‘것’을 태워버릴 수 있는,

‘용암’ 같은 성질로 주변을 침식시킵니다

사실 귀중한 것이라 함은,

가족(자녀)들처럼 느껴지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가족도 배우자도 아닌 바로 ‘본인’인 것입니다


우리는 타인에게는 관용을 베풀지만 유독,

배우자에게만은 ‘매우’ 더디고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만큼 믿음이 깊어서 그 신뢰가 깨어졌기에….


아닙니다


애초부터 신뢰를 관심과 사랑으로 오인한 채

믿음이라 포장하며 쌓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이 부분을 대단히 망각하며 살아가는데

그리해서 책임을 전가하게 되는 것도 같습니다

위의 이야기는,

지난 1년간 내게 일어난 일부분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대에게]란 연작시를 습작해 오며

나는 상당히 모순이 많은 사람임을 알아갑니다

더 진솔하자면 부부간의 신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깨어질 안일함(편안함)과 함께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아직도 벗어나지 못한,

자존심의 거부반응은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위안의 말들을 듣지만

무너진 지반(믿음)이 어떤 것(정념)인가에 따라

상호보완적 관계가 회복될 수 있거나 없는 듯합니다

서로가 사랑하여 약속을 이행하는 부부의 길에,

둘의 임무가,

아직까지도 동반자인지 동업자인지 모르겠습니다

동반자라면 다시금 신뢰를 쌓아야할 것이고,

동업자라면 감정을 내려놓아야할 것입니다


상대의 과오(용서)를 받아들이는 것은,

스스로에게 가해지는 공격을 멈추는 일일진대

새벽녘 고통을 느끼면서도 쉽지가 않습니다


그대는 아마 나의 솔직함에 걱정이 앞설 것입니다

그러나 수업에서도 누누이 하는 말이지만 작가란,

치부를 드러냄으로써 ‘누군’가 드러내지 못한 마음에

위안(공감)을 주는 것이라 가르치고 있습니다

글이란,

쏟아내고 나면 다시 채울 수 있는 공간 확보(여유)와

나를 마주하는 사유의 거울임은 확실한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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