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70_김경민
지난 주말에는 도서관에 갔다가,
오후에 지인과의 약속을 ‘스스로’ 잡았습니다
그러니까 솔직하고 나쁘게 이야기를 하자면,
나의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번번이 미뤘던 약속을,
내면의 잡음들이 쌓여 이것을 해갈하고자 했습니다
일종의 알코올이 곁들어진 수다의 시간이었습니다(나는 내 시간을 사랑하는 만큼 이기적인 면이 많은 사람입니다.)
아무튼,
웃고 떠들고 와중에 아들 같은 군인이 계셔서
밥값도 대신 내어주며 허세도 좀 부렸습니다(애인과 식사 중이었는데 정말 너무 예쁘고 귀여운 연인이었습니다.)
무척 오래간만에 노래방도 가 보았습니다
지켜보는 이가 없으니 음정박자는 물론,
탬버린을 흔들며 광기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소제목을 보신 분들은 대충 아시겠지만 맞습니다
내 안에 잡음은 수다와 음악에 잠시 묻혔었지만,
새벽녘 다시 스멀스멀 베개 위로 올라왔습니다
돈도 쓰고 황금 같은 시간도 팔아먹었건만
결국 소용없는 일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순간 절실했던 것은 잡음을 핑계로
휴식을 취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한 스트레스로 지름신(쇼핑)이 왔다는 것도
그것을 핑계로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아이(물품)가,
무척이나 가지고 싶었던 욕구의 역설일 것입니다
일탈의 진정성은 순수한 나의 욕구일 뿐입니다
일탈을 부추기는 모든 기저는 인간관계입니다
인간관계는 삶에 있어 ‘분쟁’이기 때문입니다
내면의 견고함을 점검하는 시험으로 난해합니다
하나를 통과하고 나면 또 하나가 기다립니다
어쩌면 삶의 진정성은,
이 무한반복의 분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계주로,
달림길의 장애물(인간관계)을 통과하는 일일 것입니다
어떠한 보상도 승자勝者도 없는 허망한 경기 말입니다
그들도 나도, 결국 마지막엔 옷 한 벌이 전부인,
뜨거운 불 속은 이제 더는 ‘분쟁(경쟁)’이 없습니다
시간은 방관자로 다만 사건만을 퇴색시킬 뿐입니다
요점은 빛바래지기까지가 ‘관건’인 것입니다
해결에 달린 문제라면 먼저 나서는 것이 좋습니다
그것이 어렵다면 분쟁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면
부차적인 것들을 애써 잃어버리지는 않게 됩니다
예를 들면 돈과 시간, 사람과 나의 ‘본성’입니다
올 겨울 앞서(그대에게 69편)도 언급하였지만,
따뜻한 위로와 결산이 필요한 계절입니다
마음에 묵혀놓은 감정이 있다면 올해가 가기 전,
나와 상대방까지 포옹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우리는 타인을 이용해 삶을 만들어가고 있지만
이용가치보다는 타인으로 인해 나의 내면을 더,
단단히 설계할 수 있는 기회로 쓰면 좋겠습니다
그리움엔 이유가 없다지만 그리움의 이유는,
최선을 다하지 못한 ‘미안함’의 성질일 것입니다
내년에는 덜 그리워(미안해)할 수 있도록,
‘정산의 달’이 시작되고 흘러감을 잊지 마십시오